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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아침에] 잘못 박은 대못은 나무를 망친다

정두환 논설위원

'10년 전 데자뷔' 부동산 정책

정권 교체 때마다 뒤집기 시도

결국 정부·시장 정면 충돌 야기

현 정책 방향성 고민해봐야





나무에 아무렇게나 못을 박고 빼내기를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단단히 박히지만 장도리로 빼내는 과정에서 못이 휘는데다 나중에는 나무도 망가뜨리게 된다. 커다란 대못은 더욱 그렇다.

참여정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바꾸지 못하도록 부동산시장에 대못을 박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신설, 총부채상환비율(DTI)·청약가점제 도입,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장 구석구석에 큼지막한 대못들을 박았다.

절대 뺄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대못들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침체된 주택경기 활성화의 명목으로 하나둘씩 뽑혀 나갔다. 되돌이켜 보면 대못을 뽑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장도리를 못대가리에 끼워 넣고 힘만 주면 그만이었다. 못대가리라는 게 애초에 못을 빼기 위한 용도이니 말이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은 국무회의 의결이나 주무부처 장관 직권으로 바꾸면 됐고 법률마저 입법기관인 국회 개정을 거쳐 잇따라 무력해졌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참여정부 정책의 부활이다.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부분적으로 보완하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는 10년 전의 데자뷔다.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 역시 10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런데 ‘초과이익환수제’라는 제도를 놓고 결국 정부와 시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지난 21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전격적으로 20개 재건축 추진단지의 예상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면서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가구당 평균 부담금이 3억6,600만원으로 웬만한 수도권 중형아파트 한 채 값인데다 강남4구 15개 단지는 이 금액이 4억3,900만원까지 올라간다. 심지어 모 단지의 예상 부담금은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소식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시쳇말로 ‘멘탈 붕괴’에 빠졌다.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주민들도 이번에는 정부와 제대로 싸울 태세다. 벌써 일부 단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제도의 위헌 여부는 어떻게든 가려져야 할 문제다. 초과이익환수제가 헌법재판소에 가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도 한차례 관련 결정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 헌재의 결정은 제도의 내용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소원 제기 자체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차라리 이번 정부에서는 사업을 안 하고 말겠다”며 버티기에 나선 시장의 대응 심리다. 이유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180도 뒤집어져 온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만 놓고 보더라도 2006년에 처음 만들어진 제도지만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적용이 유예되면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실제로 적용된 곳도 소규모 연립 몇 곳이 전부였다. 한번 대못이 뽑힌 것을 경험했으니 ‘정권만 바뀌면 또 뽑힐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절대 뽑지 못할 대못’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시효는 길어야 5년’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정책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하지만 뒤집어져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정권 바뀔 때마다 “이 길이 아니다”라며 방향을 정반대로 틀어버리면 되돌아오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뿐이다. 정부가 지금 박는 대못이 제자리에 제대로 박은 것인지, 절대 뺄 수 없는 못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보라는 말이다.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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