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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人]김동연, 밤11시43분 SNS에 심경글…왜?

일자리-재건축-보유세 등 엇박자 논란에 답답함 내비쳐

"부총리 발언 하나하나 영향 커"...숙고 후 간결메시지 내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권욱기자




28일 밤11시43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소위 엇박자 논란에 대하여’.

늦은 밤, 그것도 일요일에 글을 올릴 만큼 부총리의 답답함이 컸던 것이다. 김 부총리의 생각은 확연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서는 제대로 뜻이 전달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라며 모두를 열었다. 자신의 뜻이 언론에 잘못 나갔고 전체 맥락을 보지 않은 기사들이 나온다는 얘기다.

어떤 사건들이었을까. 김 부총리는 △고가 1주택자 보유세 △청년 일자리 대책 △재건축 연한 10년 연장,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그는 고가 1주택자 보유세 인상 검토 기사에 대해 “고가 1주택자의 문제도 균형있게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취지였다”며 “최선을 다해 인터뷰를 정리해주신 분들께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이 제목 부분에서만큼은 제 생각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아쉬운 마음”이라고 적었다.

청년 일자리의 창출 주체를 두고 대통령과 엇박자라는 지적을 두고는 “사상 최대 수준의 청년실업, 특히 앞으로 몇 년 간 대폭 늘어날 에코붐 세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이야기”라며 “상대방이 잘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했다면 제 잘못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가 한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라고 토로했다. 재건축 연한 연장 문제도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 문제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불만은 이어졌다. 그는 “때로는 전체 맥락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야기한 내용 중 앞뒤를 자르고 일부만 인용되거나 오해 살만한 제목이 뽑히는 아쉬운 경도 있다”며 “아주 드물게는 듣는 분 입장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듣거나 강조하고 싶은 것만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 같다”며 “저희부터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글과 말을 중시하는 김 부총리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질문 하나에 10~15분씩 답변한다. 사안의 전후 맥락과 의미,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나 국회 대정부 질문 때도 “의원님 제가 말씀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예민한 질문에 끝까지 답변하려고 한다.

외부행사 프레젠테이션(PT)이나 축사도 직접 준비한다. 20~30분 되는 발언도 거침이 없다. 오랜 관료 생활과 대학총장의 경험이 더해진 결과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부총리는 최저임금 같은 정부 정책이 안 좋은 면만 부각될 뿐 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인 부총리의 말은 단어 하나, 문구 하나의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부총리는 많은 고민 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게 전직 고위관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쉽게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어야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시장개입이나 정책 기조 변화를 외부에서 알 수 있다. 29일 부총리의 대한상의 강연내용 중 “한국은 ‘안 돼 공화국’”이라고 말한 부분을 언론이 강조한 것은 규제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어낸 사례다.

부총리의 말이 애매했던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그는 관료들의 강남 아파트 소유에 대해 “보수 언론 내지는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떤 분들이 많이 이야기한다”거나 ‘플랜다스의 계’를 주도하고 있는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을 두고 “행시 동기인데 훌륭한 분”이라고 언급했다. 듣기에 따라 오해(정치성향)할 만한 말이다. 특히 재건축이나 보유세는 돈이 걸린 문제인 탓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미묘한 뉘앙스 변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부총리의 입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전직 장관 출신 고위인사는 “부총리의 말은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한번 말을 꺼내면 주워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헤아려서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직 고위관계자는 “부총리는 최후의 순간에 정책을 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잘못된 신호를 시장과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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