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건강 에세이] 정말 암이 맞나요?

김호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암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미련 때문에 한두 곳의 병원을 더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암 진단에서 치료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확인해보자. 암 진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비교적 간단한 과정을 거친다. 일부 혈액암을 제외하면 암세포는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 덩어리에 대한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면 암에 걸린 것으로 확진한다.

확진에 필요한 암세포나 조직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암 부위에 주삿바늘처럼 가느다란 세포흡인용 바늘을 찔러넣어 세포를 빨아들이는 손쉬운 방법도 있고 암덩어리를 수술로 절개해 얻기도 한다.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는 의사가 판단한다. 이렇게 확보한 세포 또는 조직은 병리과로 보낸다. 여러 가지 염색방법 등을 통해 다양한 암종(癌種)을 감별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암덩어리가 있는 장기와 더불어 암세포의 종류를 확인해 위암·폐암·대장암·유방암 등의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후 암의 병기(病期)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고 병기를 기준으로 항암치료 방법 등을 결정한다. 병기를 나눌 때는 △암세포, 즉 종양의 상태 △주변 림프절(림프구·백혈구·NK세포 등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면역기관) 또는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고려한다. 병기 판단을 위한 검사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PET CT), 뼈동위원소검사(WBBS) 등이 있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추가 검사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간혹 “고가의 검사가 더 정확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검사방법은 비용이 아니라 암세포의 위치·특징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검사에 대한 소견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병기가 결정된다. 요즘에는 암세포가 장기의 제일 바깥층인 상피세포층에만 자리 잡고 그 아래 기저막까지 진출하지 못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암 0기라고 하는데 간단한 시술로 제거할 수 있으며 전이·재발을 거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암의 병기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병기에 따라 암환자의 증세와 향후 경과를 예측할 수 있고 치료방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암 1~3기는 암이 처음 생긴 원발(原發) 부위에 암세포가 국한돼 있거나 주변 림프절까지만 침범(3기)한 경우다. 수술, 방사선 치료와 같은 국소 암조직 제거를 위한 치료나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4기는 암이 처음 생긴 부위를 벗어나 주변 림프절 또는 폐·간·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다. 암세포가 몸속에 퍼져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서도 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 수술적 제거가 불가능하고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항암제를 투여해 암으로 인한 증상 완화, 삶의 질 유지, 생존기간 연장 목적의 치료를 하게 된다. 다만 최근에는 간·폐 등 암이 전이된 병변이 절제 가능할 경우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 추세다.

암의 진단에서 치료방법 결정까지는 1~2주 정도 걸린다. 간단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혈액종양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 의사들의 다학제적 의견을 종합해 매우 상호보완적이고 정확한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혈액종양내과 의사로서 하루에도 수많은 암환자와 만나 암의 진단과 치료과정 등을 설명하고 의논하면서 치료과정을 이끌어 간다. 어려운 시간들이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과정을 이해하고 암과 당당히 맞서는 암환자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