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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연구 30년 소리없는 하얀전쟁] 온실기체·빙하·해류 측정...지구온난화 해법 남극서 찾는다

<하> 지구 문제 해결사, 남극

빙하 녹으며 끌고온 빙퇴석, 해안 곳곳에 바위덩어리 밀집

따뜻한 곳 서식 남방큰재갈매기 둥지 틀고 풀 군락지 커져

연구 통해 예측모델 만들어 온난화 대응 과학적 근거 마련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포케이드 빙하 앞으로 남방큰재갈매기 무리가 둥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위쪽 사진). 마리안 소만의 빙벽이 지구온난화로 무너져내려 크고 작은 유빙들이 남극 세종과학기지 부두 앞으로 몰려들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1월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북동쪽으로 조디악(고무보트)을 타고 20분, 다시 같은 방향으로 30분을 걸어가자 저 멀리 포터 소만에 펼쳐진 포케이드 빙하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현재 여름인 남극 현지의 기온은 영상 1도, 풍속도 3~4m/s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빙벽에 다가갈수록 빙원을 거친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20층 건물 높이는 돼 보이는 빙벽 근처로 다가가니 남극 킹조지섬 해안가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 밀집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바위 덩어리는 빙하가 녹으면서 끌고 온 빙퇴석들이다. 빙퇴석 지대와 빙하 간의 거리는 약 150m. 그만큼 빙하가 사라진 것이다.

빙퇴석 지대에는 비교적 온도가 높은 곳에서 서식하는 남방큰재갈매기(켈프갈매기) 30~40쌍이 둥지를 틀었다. 큰 바위 사이에 주로 둥지를 짓는 남방큰재갈매기에게 이곳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더없이 좋은 서식지가 됐기 때문이다. 알을 따뜻하게 품기 위해 필요한 남극 이끼나 지의류가 지천으로 자라나고 새롭게 생겨난 땅이기 때문에 주변에 포식자들도 거의 없다.

현장을 동행한 홍순규 세종과학기지 대장은 “현재 남방큰재갈매기의 둥지가 있는 지역은 과거에는 빙하가 덮여 있었고 빙퇴석 지형이 드러나면서 남방큰재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며 “연구자들이 매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극 현지에서는 이 외에도 지구온난화의 증거를 여럿 발견할 수 있다. 포터 소만 근처에는 남극의 잔디라고 불리는 남극좀새풀 군락지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 이것 역시 기온 상승과 연관이 있다. 홍 대장은 “세종과학기지 인근 서남극은 남극에서도 기후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지역”이라며 “기존 남극의 온도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남극좀새풀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세종과학기지 뒤편에 자리 잡은 마리안 소만 역시 신음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고 있다. 취재진이 머물고 있는 8박9일 동안에도 마리안 소만의 빙벽은 ‘우르르 쾅쾅’ 소리를 내며 집채만 한 유빙들이 떨어져 나갔다. 1월29일 마리안 소만에서 세종과학기지 방향으로 10m/s가 넘는 강한 동풍이 불었는데 크고 작은 유빙들이 기지 인근 해안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칠레 공군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마리안 소만 곳곳에는 빙하 안에 감춰져 있던 산악지형이 관찰되기도 했다.

남극 하계 연구를 위해 기지에 머물고 있는 이홍금 전 극지연구소장은 “남극의 여름 내내 빙하가 깨지고 있다”며 “기지까지 내려온 유빙 가까이 가보면 눈이 쌓여 만들어진 얼음이라 그 안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톡톡 터져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강설량이 줄고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마리안 소만의 빙하 후퇴는 점점 가속화돼 오는 2060년이면 빙하를 관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두고 여전히 설왕설래하고 있다. 지구의 기후변화 패턴상 온도가 높아지는 시기일 뿐이라는 주장과 산업화로 인한 온실기체가 지구를 덮힌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에는 양측 모두 이견이 없다. 실제로 세종과학기지 인근 온도는 1956년 이후 매년 0.037도씩 상승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에서도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관측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지구온난화 원인을 규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박상종 연구반장은 “2010년부터 기지 인근의 온실기체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등의 농도가 꾸준히 증가해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400ppm을 넘어섰다”며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들은 지구가 우주 밖으로 배출하는 열을 붙잡아두는 성질이 있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극에서의 지구온난화 연구는 북반구 중위도에 살고 있는 우리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최근 몇 년간 한국을 포함한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는 해류 순환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해류 순환의 엔진 역할을 하는 남극대륙 인근의 바다에 변화가 생기면서 북반구 중위도에 있는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박 반장은 “남극 대륙 인근은 춥기 때문에 바닷물이 차가워져 무거워지면 수심 깊은 곳으로 바닷물이 내려가고 그 빈자리를 다시 주변의 바닷물이 채우면서 해류 순환이 일어난다”며 “지구온난화로 남극 인근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해류 순환의 엔진이 느려지고 이러한 변화에 따라 중위도 인근에 기록적인 한파나 폭염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또 남극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으로 인한 온실기체 발생량이 가장 적은 곳이어서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북반구의 온실기체 발생량을 비교하는 척도로도 활용된다. 이러한 비교연구를 통해 예측 모델을 만들고 향후 50년, 100년 뒤 전 지구의 온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인류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홍순규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장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포케이드 빙하를 가리키며 지구온난화 이슈를 설명하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포케이드 빙하 앞 해안가를 젠투펭귄들이 걸어가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남극 세종과학기지 설립 30주년 취재진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포케이드 빙하를 관찰하고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 앞에 150m 빙퇴석 지대가 형성됐다. 그만큼 빙하가 후퇴한 것이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을 가는 길에 남극 물개가 포착됐다.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포케이드 빙하 모습.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3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마리안 소만의 모습.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지난 달 23일(현지시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마리안 소만의 모습. /남극 세종과학기지=강광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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