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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바칼로레아 개편 진통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은 중앙집권 강화 차원에서 체계화된 엘리트 양성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그랑제콜(Grandes ecoles)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군사기술과 사회 공공기반시설 개발 등의 업무를 담당할 기술관료들을 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국립고등교량도로학교와 파리국립광업학교,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이다. 이 그랑제콜에는 소수 엘리트들만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 고등교육 시스템도 필요한 법이다. 이 같은 필요에 따라 1808년 3월17일 나폴레옹 1세의 칙령으로 만들어진 대학입학 자격시험이 ‘바칼로레아(Baccalaureat)’다.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사람들은 그랑제콜을 제외한 어느 대학에나 지원할 수 있다.

바칼로레아는 처음에는 라틴어와 수사학·역사·지리·철학 등의 구술시험만 있었으나 이후 과목이 추가되고 시험 형태도 서술형으로 바뀐다. 현재 일반 바칼로레아는 인문·사회경제·자연과학 등 부문별로 10~15과목의 시험을 치른다. 이 가운데 필수과목인 철학은 고등학생들이 풀기에 난도가 굉장히 높다. 해마다 시험철이 되면 사회단체들은 ‘우리는 왜 아름다움에 이끌리는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등의 철학시험 문제를 놓고 토론회를 열 정도다.



무려 210년 동안 유지돼온 바칼로레아의 개편을 놓고 최근 프랑스 사회가 시끄럽다. 프랑스 교육부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대입제도 개편 초안을 내놓자 학생단체와 교사노조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원자가 정원을 넘을 경우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과목 수를 줄여 채점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시험 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학생과 교원노조들은 대입 경쟁이 심해지고 소외계층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입제도 개편은 많은 이해당사자가 있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마크롱 정부가 학생 등의 반대를 어떻게 무마하고 교육개혁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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