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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양선 논쟁'에 매몰된 블록체인

김진석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플랫폼 주도권 경쟁 막올랐는데
韓은 비생산적 통화 논쟁 매달려
정부, 사업화 지원 등 서둘러야

  • 2018-02-11 16:56:06
  • 사외칼럼 39면
[시론] '이양선 논쟁'에 매몰된 블록체인
이야기 하나. 조선 시대 강화도 연해에 거대한 물체가 나타났다. 물체는 배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배에 꼭 있어야 할 노는 보이지 않고 시꺼먼 연기를 뿜는 굴뚝만 눈에 띄었다. 조선 병사는 이상한 모양의 선박(이양선)이 출현했음을 급히 보고한다. 병사는 배가 볼록한 ET를 본 지구인처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거대한 디지털 조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이 조각을 가짜 현상 화폐(가상화)라 부른다. 가상화의 가치를 두고 사람들은 한바탕 소동을 피운다.

30여년 전 ‘컴퓨터의 노벨상’인 튜링상 수상자이자 분산컴퓨팅의 대가인 레슬리 램포트가 동로마제국의 비잔틴 장군 문제를 발표했다. 이 문제의 개요는 이렇다. 여러 장군이 힘을 합해 적의 성을 에워싸며 공격한다. 장군들이 동시에 성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로 공격시간을 정확히 전달받아야 한다. 장군들은 배반한 병사가 전한 거짓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 비잔틴 문제는 장군들이 거짓 메시지를 걸러내고 공격시간을 합의하는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다. 이 문제는 컴퓨터 분야에서 오랫동안 미해결 난제였다.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이가 블록체인을 이용해 비잔틴 난제를 해결했다. 메시지를 담은 블록을 시간 순서로 체인 형태로 연결해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여러 컴퓨터(장군)는 거짓 거래기록(메시지)이 있나 감시한다. 이때 암호학에서 쓰이는 해시함수를 이용한다. 해시함수는 역함수를 찾기 어려운 함수다. 그래서 특정 해시 결과값을 내는 해시 입력값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즉 새로운 블록을 만들 때마다 해시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양의 계산을 해야 한다. 블록체인 체계에서는 계산을 통해 해시 문제의 답을 찾은 이에게 보상금으로 코인을 준다. 이 과정이 ‘채굴’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가상화폐를 중복 사용하는 것 같은 거짓 거래를 피할 수 있다. 이는 과반수의 정직한 컴퓨터가 거짓 거래 기록을 항상 감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더리움도 블록체인 체계로 만든 가상(암호)화폐다. 지금도 많은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가상화폐공개(ICO)·스마트계약·분권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채용해 가상화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영국중앙은행(BoE)에서 암호화폐 강연을 했다. 그는 철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암호화폐를 꿰뚫어 보며 IMF 코인 발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통화 관점에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중간 지대인 암호화폐의 발전 가능성도 말했다. 최근 코닥사가 코닥코인을 통해 사진저작권 사업을 펼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 추세라면 애플코인·소니코인·CNN코인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블록체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피해 방지 대책 마련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우리 청년들이 만들 혁신적 블록체인 디지털서비스를 발전시켜 사업화하도록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

블록체인을 차세대 인터넷 체계라고도 부른다. 금융·부동산·의료·교육·예술·문화·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블록체인 디지털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 IBM·마이크로소프트·JP모건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최대 블록체인 연합체인 하이퍼레저와 글로벌 블록체인 동맹(EEA)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의 공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상화폐(이양선)가 통화(배)인가라는 논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인류에게 유익한 블록체인 디지털서비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구상해야 한다. 이양선을 보고 놀랐지만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든 우리의 저력을 다시 살릴 때다. 우리 손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세계에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김진석 서울시립대 컴퓨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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