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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산업부 강도원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기아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102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총 61개 기업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수당을 근로자들에게 다시 지급해야 해 인건비 상승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61개 협력사들은 인건비 증가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의성실의원칙’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추후 원청인 기아차와 추가 도급비용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 인건비를 주고 나중에 기아차로부터 추후 정산을 받으라는 소리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이 너무 안일했다고 지적한다. 우선 부품업체들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인식이 부족했다. 일부 기업은 당기순손실, 부채 누적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인건비 상승으로 회사를 문 닫아야 할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도 다수다.

기아차가 도급비를 더 줄 의무도 없다. 원청과 하청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 계약에 따라 도급비를 지급한다. 과거에는 원청에서 하청 직원을 데려다 원청 직원과 같은 일을 시켜 문제가 됐다. 하지만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으로 최근에는 이런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 법원의 판단은 원청과 하청이 구분돼 운영되는 기본적인 사내도급 구조 자체를 부정했다는 평가다.



기아차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기아차는 지난해 10월 통상임금 소송 패소 여파로 1조원의 관련 비용이 늘며 3·4분기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1.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 판매 급감 여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과거 판례도 부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현대하이스코 협력업체 케이시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협력업체 자체의 경영상황만을 감안해 신의칙을 인정한 바 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고 기업들에 규제 없이 마음껏 뛰어놀라며 판을 깐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대기업은 봉’이라는 부정적 편견이 발목을 잡는다. 기업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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