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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수순 밟는 GM]"적자에도 성과급 1,000만원 챙긴 勞...'군산 폐쇄' 명분 준 셈"

■귀족노조는 책임없나

적자나도 임금 등 오른 곳은 한국 사업장이 유일

고비용 구조·파업이 향후 완전철수 빌미 될수도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한국GM 전북 군산공장에서 집회를 열고 공장 폐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GM은 지난 2015년 5,943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수익의 70%가 수출에서 나지만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한국GM은 임직원들의 기본급을 4.2% 올려줬고 성과급도 1,050만원이나 지급했다. 5,311억원의 적자를 낸 2016년에도 기본급 3.9%를 올리고 성과급 1,05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는 약 1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마찬가지다. 기본급 5만원 인상에 성과급과 격려금은 1,000만원을 준다. 전 세계 GM 사업장 중 적자에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상식적으로 회사가 적자면 임금을 깎고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GM은 거꾸로 행동했다. 왜일까. 한국 자동차 산업 특유의 강성 파업 문화를 등에 업은 노동조합 때문이다. ‘노동자 권익’을 명분으로 파업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들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한 노조는 GM이 한국 시장을 버리는 명분을 제공했다.

한국GM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된 13일 입장문을 내고 “경영 문제는 글로벌 GM의 고금리, 이전 가격 문제, 과도한 매출 원가, 사용처가 분명한 업무지원비로부터 불거졌다”며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 돌렸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 노조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GM 본사가 아시아 생산기지였던 한국에서 생산 물량을 줄이고 군산공장까지 폐쇄하는 이유는 인도나 남미 등 제3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다.

급등한 인건비가 주된 이유다. 한국GM의 2017년 임금 수준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인 2002년보다 2.5배나 상승했다. 2010년 평균 6,100만원이던 생산직 평균 연봉은 2013년 7,300만원, 2016년 8,700만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세르지오 호샤 전 한국GM 회장은 2015년 한 포럼에서 국내 강성 노조 문화를 비판하며 “지난 5년간 기본급이 40%, 각종 수당과 일시금, 격려금을 합한 인건비를 따지면 총 50%가 올랐다”며 “GM의 전 세계 공장 중에 이 정도로 임금이 많이 오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GM 2인자인 댄 암만 GM 사장은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GM은 고비용 구조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인도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3배 정도 더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GM 본사가 한국 시장을 핵심사업 역량도 낮고 수익 잠재력도 낮은 곳으로 분류하게 된 1차적 책임은 노조에 있는 셈이다.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겨갔다. 2015년 노조는 회사에 휴업수당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공장의 생산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기본급 인상과 함께 휴업수당을 올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사측이 양보해 한국GM 노조는 휴업수당을 80%까지 받게 됐다. 휴업수당 80%는 법으로 정한 지급률 70%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2년 전부터 한 달에 6~7일만 일하고 월급의 80%를 받아갔다.







GM이 한국GM에 두 손을 들게 된 이유는 미국 GM과 비교해보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GM은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제(호봉제)로 업무 역량과 관계없이 매년 임금이 오른다. 여기에 임금교섭은 매년 진행해 기본급까지 올린다. 해고는 사실상 어렵고 연장·야간·휴일에는 수당 할증이 50%씩 붙는다. 반면 미국GM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성과 임금제, 임금교섭은 3년에 한 번씩 한다. 지나친 임금 인상 속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연장근로 수당은 할증 50%를 하지만 노사가 경영 상황에 따라 수당을 조정할 수 있다.

만약 파업에 나설 경우 한국GM은 대체 근로가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 GM은 대체근로가 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고비용 구조를 깨기 위해 노조가 나서서 임금을 깎는 대신 일자리를 나누는 등의 자구안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한국GM 노조는 14일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하고 투쟁 방침을 정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GM의 군산공장 철수는 한국 시장이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글로벌 생산기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왜 한국이 매력을 잃었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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