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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의 여정 끝낸 남북 단일팀…하나 된 너흰 최고였어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

20일 스웨덴과 마지막 경기

1대6으로 敗…8위로 마무리

선수들 "팀 코리아" 외치며 눈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20일 평창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파가 절정이던 한 달 전 처음 만난 남북 선수들은 강추위만큼이나 서먹서먹했다.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것도 어색했고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눈앞에 닥친 올림픽까지 어떻게 함께 걸어가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러나 얼음 녹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던 지난 14일 선수들은 올림픽 단일팀 사상 첫 골(일본전 1대4 패)에 부둥켜안았고 초봄처럼 따뜻한 기운이 내려앉은 20일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 꾸려진 단일팀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코리아’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7·8위전을 끝으로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수진이 0대1로 뒤진 1피리어드에 만회골을 넣었지만 단일팀은 세계랭킹 5위 스웨덴에 1대6으로 졌다. 링크 가운데에 원을 만들어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치는 선수들의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 북한의 박철호 감독은 울컥한 표정으로 우리나라 골리 신소정의 헬멧을 어루만졌다. 한국은 세계 22위, 북한은 25위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 5전 전패, 2득점 28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이날 22명 게임 엔트리 중 북한 선수 3명이 출전했고 이번 대회 통틀어 한 번이라도 게임 엔트리에 든 북한 선수는 총 5명이다.

단일팀은 팀 구성 얘기가 나올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북한이 새해 첫날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정부의 주도로 단일팀은 급하게 조직됐다. 북한 선수가 우리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올림픽 개막 2주 전인 지난달 25일이었다. 올림픽에서 기적을 준비하던 우리 선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북한 선수의 합류로 우리 선수의 출전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것과 단일팀 엔트리만 북한 선수 12명을 포함한 35명으로 늘리는 것도 큰 논란이었다.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 논리와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무리한 접근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감독의 역할이 중요했다. 세라 머리(캐나다) 감독은 선수들 입장을 대변해 정부에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 쓰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또 젊은 여자 선수들인 만큼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남북은 빠르게 친해졌다. 북한 선수의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서로 장난을 걸고 ‘셀카’도 찍었다. 로커룸에서 우리 선수들은 북한 동료에게 K팝 댄스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매 경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 단일팀은 올림픽 역사에 남을 장면을 여럿 남겼다. 북한의 황충금은 개막식 남북 공동 기수로 우리나라 원윤종(봅슬레이)과 한반도기를 들었고 단일팀 남북 에이스인 박종아와 정수현은 개막식 성화 봉송에 깜짝 등장해 김연아에게 불꽃을 건넸다. 스위스·스웨덴에 똑같이 0대8로 완패한 단일팀은 일본전에서 미국 출신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이 마침내 단일팀의 올림픽 첫 골을 넣었다. 외신들은 일제히 “역사적인 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출신인 앤젤라 루제로 IOC 위원은 “단일팀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2020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남북 단일팀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다음 올림픽에도 단일팀이 성사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갑작스러운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혼란과 매 경기 게임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 포함을 강제하는 규정은 개선돼야 한다. 주장 박종아는 단일팀에 대해 “선수층이 두꺼워져 좋았지만 우리 선수 중에 못 뛰는 선수가 생겨 좋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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