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초점] 송하늘·오동식, 조민기·이윤택 입장발표에 '침묵' 거부한 이유

배우 송하늘과 오동식은 왜 추가 폭로를 결심했을까. 이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알린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조교수이자 유명 배우인 조민기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글이 퍼졌다. 또한 조민기는 수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 받아 학교 차원의 조사가 실시됐으며, 이 일로 인해 교수직이 박탈됐다는 이야기까지 기사화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사진=윌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DB




이에 조민기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지난해부터 조민기에 대한 확인 안 된 구설이 떠돌았으나 피해자도 없는 소문이라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 같은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껴 사표를 제출한 것이며 앞으로 악성 루머를 양산한다면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조민기 측에서는 성추행 관련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 것. 조민기는 직접 JTBC ‘뉴스룸’과 전화 통화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자신을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출신 신인 배우라며 실명까지 공개한 송하늘은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추가 폭로했다.

송하늘에 따르면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도,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며 실제 본인과 친구들이 겪은 일이라는 것. 그는 “만약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자신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며 조민기가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불러 성추행한 일, 남자친구와의 성관계에 대해 묻고 희롱한 일, 학생들을 두고 음담패설을 한 일 등을 상세히 적었다.

이에 조민기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배우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배우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입니다”고 추가 입장을 발표했다.

문화계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성추행 문제에 대해 고발하는 ‘Me Too(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며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받았다고 고발했다. ‘김보리’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도 이윤택 전 감독에 의해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으며 배우 이승비, 김지현 역시 충격적인 고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윤택 전 감독은 성추행 의혹만 일부 인정했을 뿐 성폭행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성추행은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관행·관습적인 나쁜 행태”라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성폭력은 강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역시 “이 연출의 행동이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피했다. 결국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지만 여전히 찝찝함이 남았던 상황.



21일 오전 자신을 ‘2008년부터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하는 오동식’이라고 밝힌 이 배우는 이윤택 전 감독 및 연희단거리패에 대해 내부 고발했다. 그는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한다. 그리고 선배를 공격하고 동료를 배신하고 후배들에게 등을 돌린다”며 이윤택에게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연희단거리패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에 따르면 연희단거리패의 선배들이 피해자를 설득해 글을 내리게 만들고, 피해자보다는 연희단거리패와 극단가마골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단원들에게 입장을 확실히 하라고 요구했다는 것. 또한 임신 및 낙태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해왔으며 기자회견 전 이윤택은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등 리허설을 했다는 것도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폭로글에서 가해자는 단순히 조민기, 이윤택 뿐만이 아니었다. 송하늘은 “수차례 주위에 상담을 했지만 그러게 그 자리에는 왜 갔느냐, 왜 가만히 있었느냐 하는 물음과 질책뿐이었다. 소문이 잘못 날 게 두려워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고, 오동식은 “‘본인의 입장을 밝혀라’ ‘내부의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마피아나 조직폭력집단이나 하는 충성맹세가 있었다”며 “낙태 등의 사실을 선배들이 공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및 성폭행은 단순히 성적으로만 해석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번 논란들에는 명백한 권력구조가 존재하며, 상하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부당한 대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추행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에 앞서 해당 주장을 그저 덮어버리기 바빴던 주위 사람들에 의해 2차, 3차 가해가 생겨났던 것.

아마 송하늘과 오동식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가 폭로자가 되기까지는 숱한 고민과 망설임이 있었을 것이다. 송하늘은 앞서 김수희, 김보리(필명), 이승비, 김지현이 그랬듯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상황을 떠올려야 했으며 오동식 역시 스스로를 스승과 선배, 동료들을 고발하는 ‘개새끼’라고 지칭할 정도로 괴로운 글을 적어야만 했다.

조민기와 이윤택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폭로에 입을 닫으면 닫을수록, 혹은 꺼림칙한 변명만 늘어놓을수록 이 같은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앞선 주장들이 사실과 다르다면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것만이, 만약 사실이 맞는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처벌을 겸허히 수용 것만이 현 상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