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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4차 산업혁명 지원해야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신산업 우선허용 체제 전환땐

장기이식·유전자 치료 등 '격변'

규제기관 역량강화 등 보완 필요





바이오헬스·사물인터넷·드론·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은 인류사적인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오는 2025년까지 14조∼33조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생산성 향상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제혁신, 창업 활성화, 데이터 경제 구축, 노동시장 및 인력 재교육 등 다양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즉 신산업 우선 허용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포지티브 규제를 사용해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도로교통법 18조에 따르면 유턴 표시가 있는 곳만 유턴이 합법이고 없는 곳에서 유턴하면 불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파견근로자법 시행령에서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업무를 일일이 열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이와 반대로 유턴 금지가 된 곳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유턴을 허용하고 일본과 독일 등은 파견이 금지되는 분야를 명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고 있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항목만 열거하고 있어 신산업과 경계영역에 있는 회색 지대의 경우 합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심리적 부담을 가지게 한다. 자유로운 아이디어나 상상력이 필요하고 빠른 속도로 교류 및 경쟁을 해야 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제약하고 혁신과 도전의 DNA를 갉아먹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팔 이식 수술이나 생체 폐 이식 수술 등이 이식 장기로 등록돼 있지 않아 시술 자체가 불법이 되거나 의사들이 면허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최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은 신산업 우선 허용 체제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패러다임이다. 법령에 할 수 없는 행위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협의의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 신속한 시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제품의 사업과 개념의 범위를 포괄적 정의로 전환하는 방식, 기존 분류체계에 없는 새로운 혁신제품을 포괄할 수 있는 유연한 분류체계의 도입 방식, 그리고 사전심의 및 검사를 기업의 자율심의로 전환하고 사후평가로 대체하는 사후평가·관리 방식 등을 포괄한다. 추가로 일정 조건에 규제 일부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신사업의 시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도입한다고 한다. 신제품·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가속화하고 필요 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규제를 전환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신산업 우선 허용 체제로 바뀌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표적으로 장기이식 분야와 유전자치료 분야를 생각해볼 수 있다. 현행 장기이식법은 이식 가능한 장기 및 조직을 신장·간장·췌장 등 13종으로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장기이식이 어려웠다. 이런 이식 장기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의 한 유형인 유연한 분류체계 방식으로 바꾸면 새로운 장기이식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의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전질환·암·에이즈(AIDS) 및 타 치료법이 없는 경우만 허용되는 현행 유전자치료 연구를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정비하면 일정 조건 준수 시 모든 유전자의 치료연구가 가능하게 돼 다양한 감염병 질환, 만성질환 등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신산업 우선 허용·사후규제 체계하에서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확대되는 만큼 규제집행 과정에서 일선 공무원의 소극 대응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적극적인 공무원 교육과 규제기관의 역량 강화, 제도적 보완도 강구해야 한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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