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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급하면 10만원 드려요"…카드 불법모집 또 기승

모바일 앱 등 비대면 채널 확산에

모집인들 설자리 잃자 불법 영업

"현금 제공 유인 없인 안돼" 푸념

카드사 실적 때문에 알고도 쉬쉬

당국 "카드사도 처벌" 입법 추진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주 한 사이트를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김씨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고려하지 않고 발급 대가로 현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 김씨와 카드 모집인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메신저에서 은밀하게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정했다. 김씨는 해당 카드를 반년 동안 매달 10만원 이상 결제한다는 조건으로 현금 1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규정 이상의 현금을 제공해 카드를 발급해주는 불법카드 모집이 성행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을 거치지 않는 비대면 가입이 늘어나면서 입지가 좁아진 모집인들이 불법을 서슴지 않는 등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비대면 카드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불법 카드모집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카드 전속 모집인은 카드사 한 곳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로 통상적으로 15만~20만원의 발급 수당을 받는다. 모집인들은 10만원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고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불법 모집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모집이 성행하는 A사이트에서는 카드 상담글이 하루에만 수백건이 올라온다.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소비자와 모집인은 메신저를 통해 계약 내용을 주고받기 때문에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어도 당국이 이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시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이익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고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와 최대 6개월간 모집행위가 정지되거나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모집인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게 불법 모집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비대면 가입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과의 제휴를 맺어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조건 등으로 가입을 받는다. 특히 모집인을 거치는 경우보다 절차가 간편해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전용 발급 카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카드 전속 모집인 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 카드 모집인은 “모바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했는데 현금 제공 등의 유인이 없다면 굳이 모집인을 통해 가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푸념했다.



문제는 적발을 해도 제재를 받는 것은 카드회사가 아니라 카드 모집인에 그치고 있어 카드사들이 이를 알고도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제공해 고객을 모집했다며 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하나·우리 등 7개 카드사의 모집인 122명에게 벌금을 내도록 했지만 과태료를 맞은 곳은 현대카드 한 곳뿐이다. 과태료도 겨우 27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솜방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불법 카드 모집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모집인뿐만 아니라 카드회사에도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불법 모집이 음성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이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비대면 카드 가입이 확산되면 현금을 주고 카드고객을 모집하는 불법이 성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입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카드 모집인의 영업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집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카드 모집인의 일사 전속주의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모집인은 자신이 속한 카드사가 아닌 다른 회사 상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모집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모집인이 여러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소수의 모집인이 발급을 독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무분별한 발급에 따른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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