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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 찬성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건축물 과소비·투기 막아 집값 '정상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카드에 지역 재건축조합과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구조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따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다시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구조안전성 비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40%에서 20%로 낮아졌다. 재건축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서울 목동 등 단지주민들이 규제에 맞서 집단행동에 나섰고 야당은 가중치를 3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전진단 강화 찬성 측은 과거 안전진단 절차·기준이 완화된 탓에 불필요한 재건축으로 건축물 과소비와 집값 급등의 부작용을 불러온 만큼 규정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이번 방안이 주거환경 개선 욕구를 막는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며 재건축 억제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 견해를 싣는다.





재건축 안전진단제도는 낡아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파트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2003년 도입됐다. 안전진단의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4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항목은 구조안전성이다. 통과하기가 가장 어려운 항목이다 보니 재건축의 용이성을 좌우한다. 이 항목의 비중 변화는 역대 정부의 부동산(재건축)규제와 직결돼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45%에서 2006년 50%까지 올랐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40%로 낮아졌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20%로 축소됐다. 보수정부에서 안전진단 기준의 연속적·파격적 완화는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일환이었다.



2015년 기준완화는 2014년 9·1대책의 재건축 규제완화의 패키지(재건축 연한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 안전진단기준 완화, 소형평수 의무제 폐지 등)에 포함됐던 것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힘든 항목인 구조안전성은 40%에서 20%로 줄어든 반면 주차장 부족 등 통과하기 쉬운 주거환경은 15%에서 40%로 늘었다.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주거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실은 재건축을 쉽게 해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 2015년 구조안전 중심에서 주거환경 중심으로 재건축 허용기준이 대폭 완화된 후 50% 수준이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비율은 90% 이상으로 올랐다.

2015년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아파트 대부분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조건부 재건축은 아파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 치명적인 결함은 없지만 그대로 두기도 애매한 상태로 지자체장이 지역 여건과 여론 등을 고려해 재건축 시기를 판정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단지가 시기 조정 없이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은 재건축 판정과 동일하게 간주됐다. 진단을 받은 단지의 96%가 조건부 재건축으로 판정을 받았으니 2015년 기준으로 거의 모든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안전진단이 통과의식에 불과한 것이 됨으로써 재건축의 남용과 투기화가 극성을 부렸다.



2014년 이후 재건축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아파트 값이 폭등한 데는 재건축 연한단축(40년→30년)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완화라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결정적이었다. 재건축 가능연한의 10년 단축으로 10년의 기간 동안(1975~1985년) 공급된 백수십만가구의 아파트가 일시에 재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이 가능성을 현실화시켜 주는 게 안전진단이다. 안전진단 통과는 ‘재건축호’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발행하는 것으로 그 기준의 완화는 티켓을 그만큼 남발하는 의미를 갖는다. 돈이 되니까 재건축이 남용되지만 거꾸로 재건축의 남용은 재건축의 투기화를 부추겼다.

안전진단기준의 완화는 이런 점에서 보면 재건축 남용과 함께 재건축 아파트 몸값을 높이는 결정적 변수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건축 안전진단시 주거환경의 가중치를 40%에서 15%로 낮추는 반면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20%에서 50%로 강화하는 최근 대책은 재건축의 남용과 투기화를 제어하는 하나의 조치가 되기에 충분하고 필요하다. 강남 재건축을 잡지 않고는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없다고 보면 재건축을 잡는 중요한 도구의 하나가 바로 재건축을 어렵게 하는, 즉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강화는 부동산 시장을 다스리기 위한 것만 아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재건축의 규제강화, 즉 안전진단의 강화가 필요하다. 서울의 정비사업지 주택의 평균 연수(수명)가 20년에 불과하다. 이는 멀쩡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축물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재건축의 한 결과다. 건축물의 과소비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상충한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세포인 주택의 장기적이고 친환경적인 사용이 가장 중요하다.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는 아파트라는 주택의 장기적 사용을 강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나아가 재건축의 남용과 투기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갖는다. 안전기준 강화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이 준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다. 주거의 장기적 지속성은 신규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그만큼 줄여준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주택의 재건축 보다 주택의 장수명화가 더 중요하다. 안전기준 강화는 주거의 안전성과 지속성의 조건을 동시에 총족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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