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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아이 갖고 싶어요"...난임환자 22만명의 절규

늦은 결혼과 스트레스 등으로 10년새 2배 늘어

사회적 편견 등에 난임부부들 이중 고통 시달려

전문가들 "사실혼 등도 정부 난임지원 등 필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임 대한민국’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35만7,700여명이다.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저이자 또다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압도적인 꼴찌다. 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1.05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실상 부부 2명이 만나서 1명 정도의 자녀만 낳는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한세대(30년) 만에 출생아 수가 반토막 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10년 넘게 무려 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출산에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현상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 안 낳는 나라’라는 오명을 쓴 대한민국의 이면에는 ‘아이 못 낳는 나라’가 있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경제적인 부담과 사회구조적인 편견으로 고통받는 난임부부들의 얘기다. 이들은 ‘의학적 난임’만으로도 상처를 받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다시 ‘사회적 난임’이라는 굴레로 돌아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2만7,000여명이었던 국내 난임환자는 2016년 22만1,000여명을 기록했다. 늦은 결혼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10년 만에 두 배가량 늘었다. 난임치료 기술 발달로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부부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대한민국에서 정작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난임부부”라며 “초저출산 시대에 난임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해도 연간 출생아 40만명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임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난임치료 시술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주요 난임치료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부담이 다소 줄었부부 다 해도 시도 횟수가 10회(인공수정 3회·체외수정 7회)를 넘으면 보험적용이 안 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성 난임환자들은 시술 과정에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까지 견뎌야 한다. 난임치료 도중에 아기가 잘못됐을 때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역시 고스란히 난임부부의 몫이지만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우리 사회 깊숙이 박혀 있는 편견과 냉소도 큰 장벽이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에게 난임치료는 이른바 ‘지옥행 열차 탑승’으로 불린다. “아이 못 낳는 게 무슨 벼슬이냐” “왜 늦게 결혼해 이제 애를 가지려 하냐” 등의 폭언이 대표적이다. 주변에서 무심코 내던진 한마디가 난임부부에게는 가시가 돼 심장을 찌르는 것이다. 난임치료를 위해 휴가를 쓰면 직장에서 눈치를 봐야 하고 인사평가에서의 불이익도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5월28일부터 직장인에게 난임치료 기회를 보장하는 ‘난임휴가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연간 3일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2일은 무급휴가여서 직장에 다니는 난임부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유교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여성들은 무턱대도 난임의 1차적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것도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 현상으로 꼽힌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현재 정부의 난임치료지원책은 법적인 부부에게만 적용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동거부부에게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저출산국가임에도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일본은 사실혼 관계만 입증하면 다양한 난임치료 시술비를 지원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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