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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폭탄] 濠 면제에 희망 걸지만...'韓, 中 철강재 수입 최다국 표적'에 험로

■美 관세 딜 본격화

'美 철강산업 붕괴 요인' 지적에

안보와 달리 경제라인 압박 지속

수출 규모 많은 EU·日도 협상 진통

정부 "최종 결정까지 설득하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섣불리 예단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문타운십에서 열린 릭 서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의 중간선거 유세 행사에서 ‘약속은 지켜졌다’라는 문구를 배경으로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명령 덕분에 많은 철강 공장들이 문을 열고 있다”면서 “우리는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문타운십=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가한 ‘관세 폭탄’ 빗장을 조금씩 풀면서 한국 역시 관세 부과국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호주도 관세 면제국에 이름을 올리면서 우방국인 우리나라도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겠냐는 분석에서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의 무역전쟁 집중 ‘타깃’인 중국의 철강재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등 캐나다·멕시코·호주 등과는 ‘처지’가 다르다는 비관론도 많아 전망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전하고 “턴불 총리가 매우 공정하고 호혜적인 군사 및 무역 관계를 약속했다”며 “안보협정을 신속하게 추진 중인 호주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대통령은 (관세를) 면제할 수 있고 내 기대는 다음 2주간에 그가 고려하는 몇몇 나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기대감을 가지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1일 므누신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감안해 한국산 철강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힘을 보탰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오는 23일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미 양국의 안보 라인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전망을 더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국방 라인은 꾸준히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관세 면제’를 요청하자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캐나다와 멕시코·호주 등이 미국과 마주한 입장과는 달라 한국의 관세 부과 제외는 ‘장밋빛 전망’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한국이 중국산 철강재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은 1,422만톤의 중국 철강재를 수입해 중국산 철강 수입 1위를 기록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포함된 것은 환적(換積) 수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대량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는 대미 수출 철강 가운데 중국산 철강을 재가공한 비중이 2.4%에 불과하다며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미국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국은 미국 철강 수출 ‘톱(TOP)3’로 20위권에도 포함되지 않은 호주와 달리 미국 철강 산업을 붕괴했다는 미국 내 철강 업계의 주요 표적으로 지목돼왔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벌이는 나프타 개정협상과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은 시급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부과국에서 빼면서 나프타 개정협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오는 4월을 나프타 개정협상의 최종 시한으로 설정하고 최대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양보를 서둘러 받아내겠다는 뜻이다. 반면 한미 FTA 개정협상은 아직 3차 협상도 확정되지 않는 등 미국의 통상 현안 우선순위에서 나프타 뒤로 밀린 상태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한미 FTA는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만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당장 한국을 관세 부과국에서 제외할 요인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 라인과 달리 경제 라인은 한국을 계속 압박해왔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서 요청한 세탁기·태양광 제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완화나 철회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미국 통상 라인의 기조를 보여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은 양자협의를 거쳐 세이프가드 수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세이프가드 발표 시점인 1월23일부터 40일 이내에 발표하겠다고 했다”면서 “현재까지는 어떤 조치도 없다”며 양자협의 결렬을 밝혔다.

대미 철강 수출 규모가 큰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미국과의 관세 면제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동맹이라고 무조건 제외해준다는 기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EU·일본은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3자 및 양자 통상장관회의를 잇따라 열고 철강 관세 부과 면제를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긍정적인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정까지 계속해서 설득작업을 벌여보겠다”며 “한국이 어떻게 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박형윤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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