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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금융산업]아마존·구글은 금융권 진출하는데...확실한 디지털전략도 없는 국내銀

글로벌 ICT 기업, 은행과 협업

새로운 디지털뱅킹 서비스 추진

은행들 모바일서만 승부걸지말고

금융+유통망 결합 플랫폼 창출을





“구글·아마존·애플 등 비금융회사 진입에 따른 시장 잠식으로 전 세계 은행권 수익이 중장기적으로 3분의1 이상 줄어들 것입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분석을 인용해 전한 말이다.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거세지면서 은행의 경쟁자가 더 이상 은행이 아니라는 명제는 분명해졌다. 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 강력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무기로 장착한 기업들은 금융권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확장은 정통 은행 산업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위력이 막강하지만 국내 은행 업계의 움직임은 아직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의 경쟁자가 글로벌 ICT 기업이 될 것이라는 위험 감지가 이뤄졌을 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구심점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모바일 서비스 향상 등 1차원적 디지털 대응전략이 아닌 진짜 혁신다운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략 전반을 과감히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ICT 기업의 금융 시장 잠식은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최저 연 6%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아마존 렌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페이스북도 캐나다 핀테크 회사와 손잡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후불로 받는 금융 서비스 ‘차지드’를 시작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기존 전자상거래 외에 자산운용·대출·지급결제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ICT 기업의 입김을 받아들이고 미국의 체이스뱅크는 아예 이들과 손을 맞잡았다. 체이스뱅크는 애플·아마존 등의 디지털 플랫폼과 협업해 새로운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시리’와 연동해 간편조회와 이체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이들에게서 실시간으로 축적해 얻은 방대한 양의 정보(빅데이터)를 분석·가공해 금융 등 더 많은 서비스와 연동하는 방식인 셈이다.

국내 시장이라고 이 같은 현상을 마냥 이웃 나라의 구경거리로 인식하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디지털 먹거리를 놓고 시야를 확장하면 부가가치를 양산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가령 국내 시장에서 금융과 유통 채널을 보유한 농협의 경우 자사 금융 노하우와 유통망을 결합한 새 플랫폼 창출은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될 수 있다.

금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국내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부문 혁신은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매몰된 측면이 있다”며 “유의미하지만 사실 모바일 전쟁은 기존에 은행이 가진 서비스를 새 그릇에 담아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전향적 자세로 시야를 넓혀 먹거리를 탐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의 성공적인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경영진 마인드 등 기업문화의 디지털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역량 및 리더십 역량에 따라 초보자, 패셔니스타, 보수주의자, 디지털 마스터 등으로 구분된다.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채 디지털 역량만 키우는 패셔니스트는 투자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보수주의자의 경우 디지털 역량의 축적 속도가 느릴 수 있어 시장의 혁신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계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디지털 마스터의 경우 디지털 역량과 리더십 역량 모두에서 경쟁 은행 대비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미 외국의 경우 거대금융에 대한 암울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경기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은행에 대한 경쟁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빅데이터나 블록체인·핀테크 등과 같은 4차 산업 기업들은 인재가 몰리는 반면 은행 등 정통적인 금융 산업에 대해서는 젊은 인재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은행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향후 5년 내 경쟁률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지금은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온다고 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이 각종 여신 업무를 대체하면 좋은 인재가 몰려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지 않겠느냐”며 “금융사들의 고민이 하나 더 늘게 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젊은 고객들이 대부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등으로 흡수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 발판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앞다퉈 체크카드에 워너원·방탄소년단 등 한류 아이돌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는 등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단편적인 고육지책일 뿐 장기적인 미래 성장을 담보하는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금융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경영진의 철학과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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