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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도, 왕자도 없다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

아이리시 감성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백조의 호수>가 찾아온다. 오는 3월,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 백조의 호수(Swan Lake/Loch na hEala) >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연출가 겸 안무가 마이클 키간-돌란(Michael Keegan-Dolan)이 연극, 춤, 라이브 연주를 결합해 만든 혁신적인 무용극이다.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는고전 발레와 아일랜드의 전설, 실제 사건을 결합해 만든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일랜드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음울한 현실을 풍자하고, 이를 통해 원작의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시킨 작품이다.

주인공 지미는 직업도 희망도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서른여섯 살의 우울한 남자다. 정부의 주택 공영화 정책으로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잃게 되자, 지미는 실의에 빠져 호수에서 총으로 자살하려 한다. 그때 지미 앞에 네 마리의 백조들이 나타난다. 백조들은 피놀라와 그녀의 동생들로, 마을의 성직자가 피놀라를 성추행한 후 발각될까봐 두려워 내린 저주로 인해 백조가 되었다. 지미는 피놀라와 호수에서 춤을 추며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이 공연에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이나 동화 속 왕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리시 밴드의 라이브 연주를 배경으로, 정신질환과 사회적 고립, 음흉한 정치인들, 그리고 부패한 성직자로 가득 찬 아일랜드의 현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백조의 호수’ 이야기와 아름다운 춤은 관객들에게 기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백조의 호수>는 각기 다른 3가지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와 같으나, 저주를 받아 백조가 된 네 자매의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전설 ’리어의 아이들‘(The Children of Lir) 에서 가져왔다. 여기에, 주인공 지미의 캐릭터와 배경은 2000년 아일랜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존 카티 사건(John Carthy Case)‘ 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이클 키간-돌란의 <백조의 호수>는 아일랜드의 민족적 정서는 물론,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까지 담은 독특한 작품이 되었다.



13명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무용극이다. <백조의 호수>는 2명의 배우, 8명의 무용수, 3명의 뮤지션이 출연하여 연극, 무용, 음악을 함께 선보이는 공연이다.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은 아일랜드의 유명 영화배우 마이클 머피(Mikel Murfi)로, 그는 성직자, 정치인, 경찰 등 1인 5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또한 그는 지미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버나뎃 엘리자벳(Bernadette Elizabeth)과 함께 공연의 대사 대부분을 소화한다.

마이클 머피는 극 초반에 “제가 여기가 집이라고 하면, 집이 되는 겁니다” 라는 대사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연극적인 상상력을 요구한다. 그의 대사처럼 <백조의 호수>에는 세트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텅 빈 무대 위에 사다리, 종이상자, 시멘트 벽돌, 검은 비닐 등 차갑고 볼 품 없는 도구들만 소품으로 등장하며 어둡고 황량한 현실을 부각시킨다.

8명의 무용수는 주인공 지미와 백조 피놀라 등 배역을 맡아 연기와 춤을 함께 선보인다. 무용수들은 고전 발레와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호수에서 펼쳐지는 백조들의 4인무, 지미의 생일파티에서 펼쳐지는 포크 댄스 등에서 인상적인 춤을 선보인다. 특히, 모든 무용수가 백조의 깃털을 무대 위에 날리며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백조의 호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대신하는 것은 무대 위의 3인조 밴드 ’슬로우 무빙 클라우드(Slow Moving Clouds)‘다. 이들은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흥겹고 서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며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시킨다.

한편, <백조의 호수>는 2016년 10월 더블린 연극 페스티벌에서 초연하고, 11월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극장에서 공연하며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영국 언론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독히도 아름답고 비범한 작품 ”이라는 평과 함께 별 다섯 개 만점을 부여했고, 아이리시 타임즈(The Irish Times)는 “거칠고 야생적이면서도 구원의 장엄함과 활력과 힘이 넘치는 작품 ”이라고 평하며 역시 별 다섯 개 만점을 부여했다. 이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러시아, 덴마크, 독일 등을 투어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클 키간-돌란 안무 겸 연출의 <백조의 호수>는 3월 29일~31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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