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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봄 도다리





결혼한 지 2~3년쯤 지난 이맘때다. 봄 햇볕이 제법 따스한 주말에 도다리쑥국을 해먹을 요량으로 아내와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상점 주인이 내놓은 것은 도다리가 아닌 양식 광어가 아닌가. 광어 값이 도다리에 비해 한참 비싼 시절이라 자연산을 내줄 리 만무할 터. 속여 팔려다 머쓱했던지 제법 큰 녀석을 내놓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어와 도다리,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쉬운 구별법은 있다. ‘좌광우도’만 기억하면 된다. 왼쪽에 눈이 있으면 광어요, 우측에 붙어 있으면 도다리다.

도다리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제주해역으로 이동해 월동하고 봄이 되면 북상하는 계절회유성 어종이다. 사촌쯤 되는 광어에 비해 성장속도가 워낙 더뎌 양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3~4년쯤 지나야 상품가치가 있는 30㎝ 크기로 자란다. 양식 광어는 도다리보다 저렴하지만 자연산 광어는 도다리에 비해 2~3배 비싸다. 두 생선은 이런 가격차이 때문에 민주화 이전 검찰에서는 ‘잘 나가는 검사’ 여부를 구분하는 은어로도 사용됐다. 집권세력인 TK(대구경북) 출신이 검찰 요직을 싹쓸이한 것을 빗대 ‘TK는 광어, PK(경남)는 도다리, 그 외 출신은 잡어’라는 말이 유행한 것이다.



도다리와 광어·가자미 등을 ‘비목어(比目漁)’로 부른다. 녀석은 한 방향만 볼 수 있어 서로 의지하려는 듯 늘 한 쌍으로 붙어 다닌다. 그래서 부부의 금실이나 연인의 사랑에 곧잘 비유되기도 한다. 시인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비목동행(比目同行)의 애달픈 사랑을 노래했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도다리가 제철을 맞았다. 가을이 전어라면 봄은 도다리다. 3~4월에는 산란을 끝내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우리 해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때이기도 하다. 횟감도 좋지만 봄의 전령사 해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이 으뜸이다.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이라면 금상첨화다. 봄기운을 담은 도다리쑥국 한 그릇은 어떨지.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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