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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주상복합 '살맛' 나십니까

'국내 1호' 세운상가 1970년대엔 셀럽의 아지트

부의 상징이던 타워팰리스…용산엔 밀집촌까지





“주상복합은 한국 도시의 기존 질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은 분명 한국 주거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

건축가 황두진씨는 그의 저서 ‘가장 도시적인 삶’에서 주상복합을 이렇게 설명한다. 주거와 상업 기능이 결합된 공간을 제공하면서 주거민과 인근 지역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에 새로운 주거형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상가동과 주거동이 완전히 분리된 단지형 아파트가 대부분인 환경에서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와 차별화된 설계와 기능을 선보이며 국내 주거사에 뚜렷한 인장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 제안에 1967년 첫선

2000년대 들어 초고층·고급화

용산, 주복 중심 주거문화 형성



우리나라 주상복합의 효시는 지난 1967년 서울 종로구에 지어진 ‘세운상가’다. 일부 건축가들은 1966년 12월 사용승인을 받은 서대문구 좌원상가아파트를 최초 주상복합 건물로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세운상가를 첫 주상복합으로 간주한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주상복합을 짓는 아이디어를 박정희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초기 설계는 김수근 건축가가 맡았다. 세운상가는 크게 세운상가 가동, 청계상가, 대림상가, 상품상가, 인현상가, 진양상가 등으로 이뤄졌는데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은 세운상가 가동이다. 1~4층은 상가, 5~13층은 아파트 공간으로 구성됐는데 당시 중앙정보부 직원, 연예인들이 이곳을 거처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 핵심 상권이 강남으로 이동하고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새로 조성되면서 손님이 확 줄어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철거·재개발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서울시가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운상가가 지어진 지 2년 후인 1969년에는 부산 중구 동광동에 ‘부산데파트’가 세워졌다. 현대식 쇼핑센터와 아파트가 하나로 만난 부산 1호 주상복합 건물이다. 영화 ‘도둑들’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맞은편에 있던 부산시청이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현재는 청년창업공간 등으로 사용하면서 재정비를 도모하고 있다.

1980∼1990년대에는 도심 재개발과 도심 공동화 방지를 위해 주상복합이 공급됐다. 마포지구 내 피어리스, 천호동 코오롱상가아파트가 이때 들어섰고, 특히 보라매복합타운의 경우 중대형 평형으로 공급되면서 주택을 중심으로 한 주상복합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주상복합은 변곡점을 맞이한다. 주택시장 회복으로 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호화 초고층 주상복합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 건물이 ‘도곡동 타워팰리스’다.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은 고급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안했는데 우선 층수로 기존 아파트를 압도했다. 2004년 완공된 타워팰리스는 A, B, C, D, E, F, G, S(반트)동, 상가동 등 9개의 건물로 구성됐는데 가장 낮은 D동이 42층이고 가장 높은 G동은 69층으로 주거용 건물로는 세계적으로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상대적으로 저층인 반트조차 건축면적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육박한 4,270㎡에 지상 7층 규모다. 여기에 입주민을 위한 수영장과 연회장·골프연습장·쇼핑시설이 들어섰고 최고급 마감재는 물론 주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적용됐다. 분양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나중에 가격이 올라 일부 입주민들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고 이후 국내에 초고층 주상복합 붐을 일으켰다. 실제로 2003∼2007년에 지어진 주상복합은 202건, 3만919가구에 달한다. 국내 대표 주상복합인 목동 하이페리온, 분당 신도시의 파크뷰, 미켈란쉐르빌, 건대입구역 더샵스타시티 등이 이 시기에 지어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타워팰리스는 초고층 주상복합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을 사회에 각인시켰다”며 “다만 2000년대 지어진 주상복합은 비싼 관리비, 환기·통풍 문제점 등을 야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용산이 주상복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용산은 서울에서 유일한 주상복합 밀집촌이다. 이전까지는 주거지역 인근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드문드문 들어섰는데 용산에는 주상복합 단지가 대거 밀집해 있다. 신축에 속하는 2010년 이후 입주단지만 7곳이다. ‘래미안 용산’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해에 입주했고 ‘용산 더 프라임’은 유명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용산에 들어선 주상복합은 기존 주상복합의 단점을 보완했다. 쪽창 대신 입면분할 등 미닫이식 창문을 두고 환기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통풍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인 전용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래미안 용산의 경우 전용률이 80%에 가까워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없다.

용산에 주상복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남아 있는 개발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한강대로변인 국제빌딩 주변 5구역에 지상 39층 높이의 주상복합 단지를 짓는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용산구 한강로동 인근 G공인중개사 대표는 “교통 요충지이면서 서울 도심권에 위치한 용산은 주상복합 위주의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추가 개발사업을 통해 주상복합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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