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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후분양제,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이혜진 건설부동산부 차장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대책이 하나둘씩 재등장하면서 후분양제가 보유세 강화와 더불어 올해 주택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는 2012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분양허용 공정률 수준을 2007년 40%부터 시작해 2년 단위로 20%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만들었다. 그러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첫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는 올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인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에 후분양제 로드맵을 넣을 계획인데다 국회에서도 법안 개정 논의가 4월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후분양제는 찬반 입장에 따라 효과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이 난무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찬성 측에서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분양권을 매개로 한 투기가 사라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며 “한국 불평등의 뿌리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공공뿐 아니라 민간까지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자금과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못 하게 돼 주택공급이 축소되면서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모두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우선 소비자 선택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분양허용 공정률은 100%가 아닌 60~80%선이다. 기껏해야 80% 지어진 집을 보고 살 수 있다. 요즘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 간 간격, 일조·조망, 조경 및 커뮤니티 시설의 윤곽을 대략 알 수 있어 선택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민원과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마감이기 때문에 “반만 미리 보고 살 수 있다”고 얘기해야 옳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분양가다. 후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선분양 아파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단순한 경제 논리다. 시행사가 땅을 사고 공사를 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대출금리(PF금리)가 소비자들의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보다 높다. 선분양제에서는 그동안의 시세차익(또는 손실)을 소비자가 가져갔다면 후분양제에서는 사업자가 가져간다. 리스크를 진 쪽이 이익을 더 가져간다. 모든 소비자가 후분양제를 달가워한다는 전제는 그래서 틀릴 수 있다.

선분양제로 자기자금 없이 쉽게 주택사업을 하던 건설사들은 후분양제하에서 자금조달 능력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주택공급 총량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밀어내기 분양 등으로 인한 주택경기의 업다운 사이클은 완화될 수 있다.

후분양제와 선분양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 제도로 어느 하나가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아니다. 주택보급률, 주택 시장의 성숙도에 맞게 장점을 활용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주택공급, 소비자의 부담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으므로 차분한 논의를 통해 시장 친화적, 소비자 친화적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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