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벤츠 '메머드 할인 실탄' 국산차 씨말리나]제네시스 이어 그랜저 등도 영향권...'텃밭' 현대차 아성 위협

벤츠·BMW 싸움에 폭스바겐 등 중소 브랜드도 가세

지난달 제네시스G80 판매 10% 감소...현대차 타격 우려





# 직장인 윤정효(36)씨는 최근 제네시스 G70을 계약했다가 BMW 520d로 마음을 돌렸다. G70의 최상위 트림인 3.3터보 모델에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추가하면 5,410만원. 강남의 한 BMW 매장에서 딜러는 520d를 5,100만원에 주겠다고 제시했다.

# 10년 된 르노삼성자동차 SM5를 몰고 있는 서택진(48)씨는 최근 차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세단으로 마음을 굳힌 서씨의 고민은 현대차의 그랜저IG와 폭스바겐의 신형 파사트GT 중 어느 차를 선택할지다. 그랜저 가솔린3.0 모델에 옵션을 추가한 가격은 4,250만원. 폭스바겐은 최근 신형 파사트GT를 정상가 대비 1,000만원 할인에 돌입했다. 2.0디젤 최고 사양 모델의 할인가는 4,290만원이다.

수입차 브랜드 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까지 후폭풍을 받고 있다. 그동안에는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정도가 수입 브랜드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그랜저는 물론 싼타페 등도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중소 수입 브랜드들도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동참하고 있어 살아나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꿈쩍 않던 벤츠의 할인 공세 후폭풍=올해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왔다. 디젤 게이트로 2년 가까이 판매를 접었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본격적인 판매 재개에 나서면서다. 그러나 최근의 경쟁 양상을 보면 예상을 뛰어넘는다. 브랜드에 따라 차량 가격의 5% 안팎을 할인받지 못하면 ‘덤터기’를 썼다는 게 수입차 업계의 통념이다. 국내 판매 가격을 다소 높게 책정한데다 한 브랜드 내에서도 딜러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딜러사들이 보유한 물량이나 재고 수준, 모델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중형 세단의 경우 1,000만원 할인은 기본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시동은 2년 연속 수입자 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걸었다. 할인폭이 작기로 유명했던 벤츠가 3월 중형 세단 E200의 가격을 1,000만원 넘게 후려친 것이다. E200에 탑재된 2.0터보 엔진을 교체해야 하는 시점에 기존 재고를 빨리 처리하려는 목적이지만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E클래스 가운데 사양이 가장 낮은데도 5,000만원 초반대에 벤츠의 중형 세단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지갑을 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판매된 E200는 2,736대에 달했다. BMW는 경쟁 모델인 520d의 할인폭을 키워 대응했다. 1,000만원 안팎이던 할인폭은 딜러사에 따라 1,2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두 브랜드의 할인 경쟁에 결국 폭스바겐은 판매 재개의 선봉으로 내세웠던 파사트GT의 가격을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원 낮췄다. 국내의 한 중소형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벤츠와 BMW·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들이 가격을 후려치면 하위 브랜드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만간 폭스바겐이 대표 모델이었던 티구안을 출시하고 BMW 역시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이 대폭 교체되는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에 이어 그랜저도 직접적인 사정권=국내 브랜드들 중 수입차 시장의 할인 공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제네시스다. 지난달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의 판매량은 3,6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벤츠 E클래스의 판매량(4,472대)보다 적다. E200을 중심으로 한 대폭적인 할인 공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난 영향이 크다. 이 같은 우려는 그랜저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 공세에 동참한 폭스바겐은 벤츠와 BMW가 아닌 현대차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미 신형 파사트GT의 판매 가격은 사양에 따라 그랜저보다도 낮아졌다. 지난달 그랜저IG가 내수시장에서 1만598대 판매되면서 넉 달 만에 1만대 클럽에 다시 이름을 올렸지만 이달에는 자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티구안 역시 공격적인 가격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신형 싼타페는 물론 기아차의 쏘렌토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브랜드들의 대폭적인 할인 공세가 SUV의 대세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SUV 대신 한 급 높은 세단을 사는 고객이 늘어나면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내수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민규·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