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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과정 '다과조교'는 현대판 미스김?

S대, 학부 여학생 뽑아 의전 맡겨

정장치마에 구두 신고 커피 날라

수강생들 성희롱 발언에 노출

"높은분들 비위 맞춰야" 입단속도





“섹시한 커피 한잔 주세요.”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A(19)씨는 중년 남성의 말에 한순간 당황했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했다. 발은 굽 높은 구두 때문에 퉁퉁 부어올랐고 불편한 정장 치마를 입고 서 있으려니 몸도 마음도 불편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학에 왔나’ 자괴감마저 들었다. A씨 모습은 과거 사무실의 상징이었던 ‘미스김’과 다르지 않았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시내 S대학교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의전 업무를 맡은 이른바 ‘다과조교’ 업무가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정장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커피를 나르면서 수강생들의 성희롱성 발언에 노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교직원들은 학부생 다과조교에게 “높으신 분들이니 맞춰드리라”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과정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국회의원, 공공기관장 등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다.

S대는 다과조교를 모집할 때부터 대상을 ‘본교 여학생’으로 한정했다. 40~50대 수강생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전담 수행할 용모단정한 여학생 조교를 뽑겠다는 취지였지만 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모집 게시글을 본 학생들은 “다과조교라는 명칭도 어색한데 거기다 여자를 뽑겠다는 건 ‘현대판 미스김’ 아니냐”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남학생도 뽑았다고 밝혔지만 업무 내용은 달랐다.



지난 2016년 다과조교로 일한 S대 학부생 A씨에 따르면 복장은 정장 치마와 구두였다. ‘호텔 직원처럼 입으라’는 교직원 지시에 정장 차림으로 음료수와 빵이 가득 든 종이가방 3~4개를 들고 백화점과 학교를 왕복했다. A씨의 주된 업무는 과일을 썰고 빵을 접시에 담아 수강생들에게 서빙하는 일. 수강생들이 간식을 먹는 동안 강의실 한쪽에 선 채로 대기하면서 주문을 받고 차와 커피를 준비했다. A씨와 함께 일한 남학생 조교는 수업과정에 필요한 기자재를 운반하는 등 수강생들을 직접 대면할 일이 없는 업무만 맡았다.

의전 과정에서 성희롱도 잇따랐다. 수강생들은 A씨에게 “섹시한 오미자차 달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회식자리에서는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같은 건배사를 외쳤다. A씨 담당 교직원은 “다들 높으신 분들이니 무조건 웃어넘기고 수강생들 비위를 맞춰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들은 다과조교에 대해 “수강생 의전을 위해 여성성을 부각하도록 한 점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배진경 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다과를 내주는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치마 입은 여성’의 이미지까지 연출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S대 관계자는 “(수강생이) 아버지뻘이라 딸처럼, 아들처럼 대하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다과조교가 그런 문제를 겪고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조교 선발에서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다과조교라는 명칭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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