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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늘린다더니…” 대학들, 정시 ‘찔끔’ 올려 생색내기만

주요 대학 전형 발표…정시 확대폭 수십명 수준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대부분 '외면'

교육부에 '생색' 수준…학생·학부모 불만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영통구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2018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연합뉴스




“요즘 ‘정시 확대’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닙니다. 정시는 찔끔 늘었고 내년엔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정부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강행하면 정시는 더 줄어들 겁니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김모(45)씨는 속이 답답하다. 맞벌이인데다 경제 사정도 넉넉치 못한 김씨로서는 강남 학부모들처럼 아들의 ‘학종 관리’를 해줄 수 없다. 그나마 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들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수능을 통한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정시를 확대하려 한다는 기사들이 나와서 기대를 품었지만 요새 잇달아 발표되는 주요 대학별 입학전형을 보면서 마음이 도로 착잡해졌다.

14일 각 대학에 따르면 주요 대학들은 2020학년도 입학전형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차관의 ‘정시 확대’ 비공식 요청에 따라 정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교육부가 권고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는 상당수 대학들이 외면하고 있다. 대학들이 ‘정시 확대’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부담이 큰 최저기준 폐지를 피해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입학전형을 발표한 경희대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을 2019학년도 대비 5% 늘린 1,459명을 모집한다. 전년 대비 69명 늘어난 숫자다. 전체 모집인원 중 정시 비중은 30.8%다. 고려대는 9일 확정한 전형에서 정시 인원을 58명 늘리기로 했다. 2019학년도에 600명(전체의 15.8%)을 정시로 뽑기로 한 고려대는 비중을 10% 가까이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주요 대학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대는 정시를 2%(70명)만 늘려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주요대학 중 가장 먼저 입학전형을 발표한 연세대는 125명(3.6%)을 늘리기로 했다. 연세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십 명 수준을 늘리는데 그친 셈이다.



반면 최저기준 폐지는 대부분 대학들이 외면하고 있다. 고려대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최저기준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서강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한국외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만 최저기준을 없앴다. 애초에 최저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던 한양대 정도를 제외하면 정부의 권고대로 최저기준을 없앤 곳은 연세대가 유일한 상황이다. 아직 눈치를 보고 있지만 아직 전형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주요 사립대학들도 최저기준 폐지에 난색을 보이는 입장이다.

대학들로서는 대학 지원금과 평가 권한을 쥔 교육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생색내기’ 수준으로 권고를 따르는 시늉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저기준을 폐지할 경우 학생 선발권이 약해질 수 있어 그보다 반작용이 적은 정시 확대만 소폭 반영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기대를 품었던 학생·학부모들은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제안 게시판에는 ‘정시를 확대하라’는 청원 글이 수십 건 올려와 있다. 한 학생은 “똑같이 성적을 받아도 누구는 좋은 대학에 가고, 누구는 못간다”며 “비교가 분명한 수능을 두고 왜 학종 같은 이상한 전형만 늘리려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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