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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위기에 빠진 조선업, 한계 다다랐나요?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경쟁력 여전히 높아…역량 키우면 재도약 가능해요





우리 조선해양 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최근까지 세계 시장의 30~40%를 차지하며 꾸준히 수출효자 산업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요. 특히 세계 조선 시장이 초호황이던 2011년 무렵까지는 품목 기준 수출 1위, 대규모 일자리를 만드는 중요한 산업이었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하는 선박, 해저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기 위한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정제저장하역 특수선박(FPSO)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대형 해양 플랜트 등으로 차별화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듯했었지요. 그러나 일반 상선 시장 침체에 이어 해양 플랜트 시장도 위축되면서 조선 및 연관 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거기서 일하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됐습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대표 산업에서 실업을 양산하는 요주의 산업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조선해양 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장기 변화가 큰 세계 수요가 크게 줄면서,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우리가 주로 만드는 선박은 화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실어 나르는 화물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건조 원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선업의 주도국이 바뀌어온 배경에도 이런 요소들이 작용해왔지요. 영국의 리벳건조 방식에서 효율이 높았던 용접 및 블록건조 방식으로 주문이 몰리면서 일본이 주도국이 됐고 이후 대규모 건조 도크와 설계 유연성으로 수요에 대응한 한국이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어 추가적으로 저임금으로 무장한 중국이 세계 조선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국가적으로 조선 산업을 중점 육성 대상 산업으로 정하고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가동 중입니다. 중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지만 정책적으로 자국의 대규모 물동량을 선박 주문과 연결시키고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국 초대형 선사들의 주문을 자국에서 건조하고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면 톤당 1,500위안을 지원해 건조 일감이 조선 업체로, 이어 기자재 업체로 흘러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와주고 있지요. 우리도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글로벌급 선사들이 많은 일본도 자국 조선소에 주문을 집중하고 있어 그 비중이 50~70%에 달합니다. 어찌 보면 국내 조선 업체들은 두터운 내수와 정책지원이라는 든든한 갑옷을 입은 중국·일본 업체들과 쪼그라든 세계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형국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세계 시장에서의 수주 점유율이 40%를 웃돌고 있으니 당장 우리 조선해양 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조선업 후퇴 원인과 현주소

초호황기 글로벌 금융위기 닥쳐

저유가 기조에 해양플랜트 위축

中·日 급부상…치열한 경쟁에도

글로벌 수주 점유율 40% 웃돌아

☞ 향후 대비 어떻게 해야

低價전략만으론 시장 주도 못해

기술·공정혁신으로 선박質 강화

R&D 지원·스마트 K-Yard 등



정부, 발전전략 본궤도 올리고

민간은 부문별 상용화에 총력

기자재산업 등 시너지 살려야

세계 조선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술 및 공정혁신이 뒷받침되지 않고 낮은 인건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오랫동안 주도할 수 없습니다. 세계 시장도 선박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계별로 강화되고 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정입니다. 또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면 수요자인 선주, 나아가 화주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개발도 활발합니다. 그러면 우리 조선해양 산업이 과연 이러한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을까요.

우리 조선해양 산업은 초호황 시점에서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중형급 이하 조선 업체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유형별로 차이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설비 신증설 부담 및 키코(KIKO·Knock-in Knock-out) 투자위험에 노출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 위축으로 수주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었지요. 최근 진행된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 STX조선해양의 고강도 자구계획 추진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나 중형급 이하 조선소들의 부실화는 향후 세계 선박 수요의 약 70% 내외에 해당하는 범용선박 시장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고 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자재 산업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국내 기자재 부문의 약화는 다시 대형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는 해양 플랜트 시장을 위축시켰고 동시에 해양 사업에 잠재됐던 위험요인들이 큰 부실로 나타나면서 대형 조선 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구노력 및 구조조정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유가의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해양 사업이 재개되고 있으나 국내 대형 업체들만의 시장이던 부문에도 새로운 경쟁자들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국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려는 추세도 여전해 우리 일감이라 생각했던 해양 사업들이 해외 경쟁사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조선 산업 발전 전략은 큰 틀에서 필요한 핵심 부분들이 다 포함됐다고 봅니다. 연구개발(R&D), 설계지원 및 스마트 K-Yard 사업을 통한 중소형 조선의 수주 경쟁력 제고, 일감 창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R&D 투자, 전후방 상생을 위한 생태계 강화 등이 그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동안 큰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어느 정도 역량을 확보해가고 있고 대형 조선 부문의 차별화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해양 사업에 대한 부분입니다. 물론 그동안 다양한 정부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쌓인 기반이 있으니 부문별 상용화는 민간의 몫이기는 합니다. 해양 사업에 대한 보다 치밀한 접근과 부문별 집중을 통한 시너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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