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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아침에]집단오류에 빠진 시민단체 권력

정두환 논설위원

금감원장 사태, 검증시스템 문제 넘어

정부 장악한 시민단체 집단이 빚은 참사

'무조건 옳다'는 오류에 견제·반대에 귀막아

권력의 붕괴는 경쟁자 아닌 내부에서 시작





“선관위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15일 만인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식 전 원장이 남긴 사퇴의 변이다. 그런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그의 글이 몹시 불편했다. 스스로도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심정적 불복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더 불편한 것은 출범 이후 1년도 안 됐음에도 벌써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정부의 인사검증이 여덟 차례나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자연히 화살이 인사검증의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검증 시스템 못지않게 우려되는 것은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는 단순히 어느 특정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현 정부의 구성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점은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다. 청와대 1급 이상 비서진과 정부 부처 차관급 이상 가운데 3분의1 이상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면면을 들여다보자.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각각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지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김성신 청와대 사회혁신비서관 등도 시민단체 출신이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지휘하고 있는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 출신 관료들에 대해 반드시 색안경을 끼고 보자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숫자가 많다는 이유가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험을 잘 활용하면 기존 정책이 놓쳤던 사각지대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소한 지금까지 시민단체 출신 관료들의 행보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커 보인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는 특정 세력의 집단 권력화다. 당장 취임 보름 만에 최단명으로 불명예 퇴진한 김기식 전 원장만 해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사퇴의 원인이 됐던 해외 출장, 의원 임기 막판 특정 기관에 대한 몰아주기 식 후원 문제 이전에 정치인 출신인 그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금융감독원 수장에 적임자인가는 진작부터 논란거리였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전 원장 감싸기에 급급했고 결과적으로 금융감독원의 위상만 추락시키는 악수를 뒀다.

여론에 귀 닫은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은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지나친 신념은 일선 교육현장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직업병과의 인과관계를 밝히겠다는 이유로 첨단기술 공정까지 공개하라며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들은 시민단체 활동 당시 제도권에 대한 견제자임을 자처했음에도 막상 권력과 만난 후에는 아예 비판과 견제에 귀를 닫아버리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들끼리 똘똘 뭉쳐 서로 감싸며 ‘우리는 무조건 옳다’는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그들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순간 잘못된 과거의 관습에 빠져 있는 ‘적폐’가 된다. 반면 자기 식구의 허물은 ‘국민 눈높이에만 조금 못 미칠 뿐’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식이다.

혹시 그들의 신념과 독선은 여전히 1년 전 봄의 승리와 지지율에 도취해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오산이다. 집단적 오류에 빠져 자기 신념에 빠져 있다 보면 자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정작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커져 버린 후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소수의 문고리 권력이 국정을 장악한 채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가 몰락한 이전 정권만 되돌아보면 된다. 나폴레옹은 ‘승리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말했다.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권력은 외부의 강력한 힘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으로 붕괴되는 것이다.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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