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반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中企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 도움 안 돼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여야가 적용 대상 품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73개 업종 중 47개 업종의 지정 기한이 오는 6월 말 만료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지정만료 후 대기업의 재진출과 업종 재지정 지연 등 피해를 우려해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적합업종 법제화 찬성 측은 현재 권고수준에 그치는 지정을 품목 및 업종규제로 실효성 있게 개선해 소상공인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지난 6년간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소상공인의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법제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만 떨어뜨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73개 품목의 지정 기한(총 6년)이 차례로 종료되면서 국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2011년부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특정 업종이나 품목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 제한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 권고기간이 6년이고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운영이다 보니 기간만료에 따른 재지정 논란이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제조업 49개 품목이 해제됐지만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제를 유예했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그들의 사업적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방법론이 문제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효과성이다. 6년간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과연 중소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는가에 대한 실증 연구는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제도의 강화로 들어가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잃어버린 20년’ 동안 자영업자는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자영업 종사자 수는 1990년 878만명에서 2013년 554만명으로 23년 동안 36.9%가 줄었다.

우리도 자영업자 중 60대 이상 고령자의 수와 비중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최고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일본의 약 2.5배라는 점에서 인구 변화로 자영업자가 받을 충격의 강도는 일본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오히려 정반대의 선택이 맞을 수도 있다. 대기업의 진입을 막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자영업자가 협력하게 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와 경동시장 상인들이 손을 잡은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재래시장과 대기업 협력모델의 좋은 예다.



소비자의 변화도 변수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간장·된장·고추장의 경우 급격히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된장은 573억원에서 552억원으로 3.6% 하락했고 고추장도 14% 줄었다. 이는 급격히 변화하는 식습관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구식 식습관이 보편화 된데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집에서 전통장을 활용해 요리하는 습관이 줄어든 탓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영업자의 고령화로 자체 혁신역량이 고갈되고 있어 이번 법제화는 오히려 산업의 축소재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



굳이 법제화가 아니더라도 성공한 사례도 있다. 아기 이유식 시장에는 매일유업·풀무원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다국적기업 네슬레까지 진입해 있다. 그러나 에코맘이라는 지리산 산골에 있는 소기업은 이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 기업이 내거는 모토는 ‘지리산 외할머니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 손자에게 주는 이유식’이다. 이 기업은 이유식의 대량 생산·유통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공략해 성공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품의 글로벌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김치를 보자. 지금 김치는 일본의 ‘기무치’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일본 정보를 검색하다 의심스러운 주장 하나를 발견했다. 김치의 원조가 일본 규슈이고 임진왜란 때 한국에 전래됐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홀덴의 연구에 의하면’이라고 그럴듯하게 적혀 있었지만 아무리 학술검색을 해봐도 이 학자의 연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생계형 업종으로 김치를 지정해 김치의 글로벌화를 막아야 하는 것일까.

일본은 우리와 정반대 선택을 했다. 우리의 간장이 한국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을 때 일본 아지노모토사의 ‘쇼유(간장)’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 한국의 ‘된장 수프’가 아니라 일본의 ‘미소(된장) 수프’는 서구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 식빵 전문점이 등장해 확산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1인 창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항하는 ‘다윗’의 전술이다. 이런 혁신이 나오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정답 아닐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