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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손이천의 경매이야기]순백의 빛에 조선의 魂 담은 백자...세계인에 각별한 사랑

'철화백자 운룡문호' 64억에 거래...국내외 한국 도자기 최고가

"우주를 담은 그릇" 김환기 등 유명 예술가들 달항아리 예찬

현존하는 달항아리 국내외 20점 안팎...7점은 국보·보물 지정

국보 제 310호 백자 달항아리 /사진제공=문화재청




최근 조선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평창 올림픽의 성화대가 조선 백자인 달항아리 모형으로 제작돼 대회 기간 중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얼마 전 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조선시대 분청사기가 313만달러(약33억2,500만원·수수료 포함)에 팔리며 조선시대 분청사기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분청사기란 고려 말 청자로부터 변모 발전하여 조선 태종 때 그 특징이 뚜렷해져 15~16세기에 걸쳐 약 200여년간 제작된 도자기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려 청자를 한국의 대표 도자기로 여기지만 정작 도자기 가운데 가장 고가에 팔린 것은 조선 백자이며, 청자보다 훨씬 고도의 제작기술이 필요한 것도 백자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가에 팔린 한국의 도자기는 ‘철화백자 운룡문호’로 199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41만7,500달러(당시 환율로 약 64억원)에 거래됐다. 국내에서 거래된 최고가 도자기는 ‘백자청화운룡문호’로 2011년 한 경매에 출품되어 18억원에 낙찰됐다.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유산인 조선 백자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예술성, 조형미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고아하고 이지적인 백색, 순박하고 따스한 유백색 등 시대에 따라 빛깔을 달리했고, 시대마다 다른 형태미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심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 조선 백자는 당시 청나라의 오랑캐 문화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조선의 정신적인 가치와 내면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했기에 더 의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달항아리’는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대상이자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던 달을 연상시키는 형태이기에 더욱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공식명칭은 ‘백자호’인데 그 중에서도 높이가 40cm 이상 되는 것을 달항아리 혹은 백자 달항아리라 칭한다. 이렇게 큰 항아리는 다른 그릇처럼 물레에서 한 번에 모양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제작한 후 두 개를 이어 붙여 만든다. 이런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는 않지만 오히려 비대칭에서 오는 조형미와 예술미가 더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오며, 하늘에 뜬 보름달처럼 풍만한 형태로 푸근하고도 온화한 아름다움을 지닌다.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에 나타난 달항아리는 왕실의 음식과 식기를 담당한 사옹원의 분원이 있던 지금의 경기도 광주일대, 특히 금사리 등의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볼 때 왕실에서 사용하던 백자로 추정되기도 하나 정확한 용도가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깨지기 쉬운 데다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며 전해져 내려온 물건이기에 현존하는 달항아리는 국내외 합쳐 20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 있는 달항아리 중 7점은 국보(3점)와 보물(4점)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귀한 문화재이다.



김환기 ‘달과 항아리’,1958년작, 2016년 6월 경매에서 5억8,000만원 낙찰 /사진제공=케이옥션


이렇게 존재가 귀할 뿐 아니라 한국의 특별한 심미안과 미감이 담겨 있는 달항아리는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에게도 끊임 없는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가진 김환기는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달항아리에서 나왔다”, “조형과 미와 민족을 도자기에서 배웠다”고 했으며, 심지어 “글을 쓰다가 막히면 옆에 놓아둔 크고 잘생긴 백자 항아리 궁둥이를 어루만지면 글이 저절로 풀린다”고 하는 등 살아생전 ‘항아리 귀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달항아리를 광적으로 사랑하며 1950~60년대에 달항아리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한국 근대 미술사에서 한국적 정서를 사실주의 회화로 확립한 도상봉 역시 본인의 호를 도천(陶泉), 도자기의 샘이라고 지을 정도로 조선 백자와 달항아리에 푹 빠져 백자나 라일락, 국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극사실주의 회화를 개척한 고영훈은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 달항아리”라고 했고, 강익중은 “달항아리는 하늘의 이야기이며 (…)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한 형제, 한 하늘, 한 그릇이다. 달항아리는 우리의 이야기다”라며 시대의 상황을 달항아리에 담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한국 고고미술사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삼불 김원용은 ‘백자대호’라는 시를 지어 “조선백자는 이론을 초월한 백의의 미”라 칭하기도 했고, 미술학자인 혜곡 최순우는 달 항아리를 “무심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며 달항아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 민족의 맑은 심성과 온화한 서정을 남김없이 담아내며 수 많은 예술가들의 뮤즈가 된 달항아리. 이렇게 거창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유난히 마음이 뾰족한 날, 순백색의 둥글둥글한 달항아리는 내 마음도 느긋하고 둥글게 만들어준다. 김환기가 백자 항아리 궁둥이를 어루만지던 그 장면을 떠올려본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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