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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IMF 구제금융 신청]긴축 악몽에도 또 손 벌려...'신흥국 위기설' 고조

잇단 금리인상에도 페소화 급락

해외자본 유출 막기엔 역부족

美 긴축정책·유가 상승 악영향

러·터키 등 신흥국으로 연쇄 확산

"美 통화정책 효과 너무 과장됐다"

파월 연준 의장 선긋기 나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발표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연합뉴스








통화가치 급락으로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아르헨티나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금리를 세 차례나 올리는 극약처방에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해외자본 유출 등을 막기에는 국내 상황이 역부족임을 방증한 것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터키·브라질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6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우리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페소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주가 역시 급락해 IMF와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MF 대출로 우리 정부의 성장과 개발 프로그램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아르헨티나 경제를 강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대출신청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300억 달러(약 32조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특히 구제금융 신청을 밝히면서 자국의 경제개혁 조치를 강조했다. IMF 구제금융 대출 시 조건을 부여하지 않는 ‘탄력대출(flexible credit line)’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이후 IMF의 요구에 따라 연금 및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고강도의 ‘긴축처방’을 받은 상황이라 구제금융까지 받으면 국내 여론이 더욱 악화돼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MF가 마크리 대통령의 생각처럼 아르헨티나의 요구를 그냥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동안 FCL은 경제구조가 탄탄한 국가들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왔다. 아르헨티나는 쌍둥이적자(재정·경상수지 적자)가 장기간 이어져온데다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국 자산운용사 리걸앤제너럴의 사이먼 퀴자노 에번스 신흥시장전략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임금 제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요청이 신흥국 위기가 표면화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요인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과 유가 상승은 미국의 국내 경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같은 신흥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하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일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돌면서 페소화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금리를 세 차례나 올리며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 자금 회수에 더해 자국통화 신용을 의심한 아르헨티나 국민들까지 달러를 매수하면서 페소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잇따라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신흥국 위기는 연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4.332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이날 헤알화 가치도 전일보다 0.5% 하락한 달러 대비 3.5620헤알을 기록했으며 루블화 가치도 0.5% 내렸다.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도 위기설 고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시리아 정부군 공격, 예루살렘 선언, 이란 핵 합의 탈퇴 등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 고조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 수입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상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4·4분기 8억4,7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도 커지기 시작해 국내 경제 혼란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터키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겪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등 신흥국 위기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신흥국 위기의 화살이 연준을 향하면서 제롬 파월 의장은 시장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효과가 너무 과장됐다”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세계적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경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준 의장의 노력에도 신흥국의 경제혼란을 진정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글로벌 투자가들의 반응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자본이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흥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불가피해 신흥국 위기설이 쉽게 진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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