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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태평양물산, 해피투아워(한달 지각하지 않으면 익월 하루 2시간 늦게 출근), 톡투유, 사내안마실 등 다양한 복지제도로 직원들의 애사심 고취
장암칼스는 배우자 수당, 경로수당, 자녀 수당 등을 통해 직원 복지 진작에 열심…구연찬 대표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
디엔에프는 연차휴가활용촉진제, 불필요한 야근 지양, 레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회식 문화 등에 힘입어 청년 취업 증가

  • 정민정 기자
  • 2018-05-12 09:00:05
  • 기업

워라밸, 복지, 장암칼스, 우아한형제들, 태평양물산

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사내 토크쇼 톡투유에서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임석원(가운데 앞쪽) 태평양물산 대표가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사진제공=태평양물산
삶의 질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속속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해 로열티를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최근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휴직 장려 등 관련 제도 및 문화가 속속 도입되면서 일찌감치 워라밸 대열에 참여해 직원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복지 여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과 공기업이 중심으로 이뤄졌던 워라밸은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며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태평양물산(007980) 본사는 일반적인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오전 10시 30분쯤 신입 직원이 출근한다. 그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출근할 수 있는 이유는 ‘해피투아워(Happy Two Hours)’ 제도 때문. ‘해피투아워’는 한달 동안 지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하루는 평소보다 2시간 늦게 출근하는 제도이다. 태평양물산은 직원의 정시 출근을 유도하기 위해 채찍 대신에 당근을 선택했고, 해피투아워를 시행한 후 지각률이 오히려 줄었다. 재무관리팀에서 근무하는 김연수 씨는 “사소하지만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평일 오전에 관공서나 은행 등 급한 용무를 볼 수 있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차 휴가를 신청할 때 의무적으로 입력해왔던 ‘신청 사유란’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연차를 포함해 반차와 포상휴가, 그리고 해피투아워까지 모든 휴가는 사유 없이 신청만 해도 승인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히 사용하라는, 휴가 장려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태평양물산은 단체 휴가 사용에도 열심이다. 매년 초에 직원들이 논의를 거쳐 황금연휴나 징검다리 휴일, 명절 전후에 전 직원이 단체 연차를 사용하도록 한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꼭 쉬어야 할 날을 정하고 다 같이 쉬기 때문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연초부터 미리 휴가 계획을 짤 수 있어 직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태평양물산이 운영하고 있는 사내 안마실인 ‘팬-헬스존’에서 안마사들이 직원들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태평양물산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팬-헬스존(Pan-Health Zone)’은 태평양물산의 사내 안마실이다. 안마사는 2명으로 모두 태평양물산 소속 직원이다. 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동시에 열심히 일하는 임직원의 피로도 풀어주고 있다. 직원들은 본인 업무 중 여유 시간에 예약만 하면 무료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복지 제도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임원들의 의견 수렴이 이뤄낸 산물이다. 임석원 태평양물산 대표는 ‘인재 경영’을 핵심 경영 가치로 정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시행한 ‘톡투유’는 회사와 관련된 고민부터 소소한 궁금증까지 사전에 질문을 받고 CEO가 직접 직원들 앞에서 답변하는 제도로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린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유한킴벌리 역시 ‘워라밸’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관리직의 경우 육아돌봄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시차출근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신 초기 또는 저학년 초등생을 자녀로 둔 직원은 임금 변경 없이 3개월간 재택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다. 업무의 효율성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지정좌석제를 폐지하는 한편 서울 본사를 비롯해 죽전, 군포, 충주, 대전 등 총 9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해 원격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 및 저출산 극복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사업장에 모성 보호 공간과 모유 착유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대전 공장에서는 직장 보육시설도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힘든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워라밸을 실천하는 곳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청주시에 위치한 의료용품 제조 기업인 ‘메타바이오메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연차와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화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이고 빠른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도제 재료를 제조하는 디엔에프(092070)는 여성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하고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샌드위치 데이에는 단체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노사가 연간 권고휴일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연차휴가활용촉진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 직원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볼링이나 스크린 골프 등 레포츠를 중심으로 회식을 진행함으로써 과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교대 인원을 제외하고는 오후 6시 20분까지는 모두 퇴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수윤활유 전문제조기업 장암칼스는 1980년 설립 이후 400여종의 특수윤활제를 생산,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 복지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결혼하면 배우자 수당을, 자녀를 낳으면 출산수당 20만원을 지급한다. 자녀 4명까지 자녀 수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직원에겐 경로수당을 비롯해 직원의 직무향상을 위한 학원비, 전원 전문대학 이상 졸업을 목표로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말마다 10년, 20년, 30년 장기근속자와 우수사원을 선발해 특별 휴가를 주고 있다.

구연찬 회장은 “직원들은 회사의 모든 가치”라며 “직원들과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회사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엔 대기업 출신들이 입사하고 있다”면서 “기술력과 직원에 대한 투자로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야놀자 사옥내 리프레시존의 헬스장

김포시 장흥공단에 위치한 흥진정밀의 직원들도 매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퇴근을 해야 한다. 시간을 넘겨 야근과 잔업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오후 5시20분부터 업무 종료를 위해 모두가 그날의 자기 일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퇴근을 할 때에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전혀 없다. 1974년 설립된 이 회사는 45년 가까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품질 시험기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으로, 직원 수도 약 25명이다. 퇴근을 칼 같이 지키면서 진짜 일할 맛을 나게 분위기를 만든 것이 흥진정밀의 장점이다. 최근에는 젊은 신입직원들이 대거 흥진정밀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며 “다른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흥진정밀처럼 일찍 집에 가면서 업무 효율성 때문에 성과급도 나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워라밸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적지 않다. 배달 O2O 업계 내의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기업 내에서 주35시간 근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며 워라밸 문화 또한 선도했다. 이 회사는 어린이날의 전날 혹은 다음날 중 하루를 쉬는 ‘우아한 어린이날’, 직원의 아내가 임신을 했을 경우 검진 당일에 재택근무를 하게 해 주는 ‘우아한 아재 근무, 임신한 여직원이 2시간 늦은 출근과 2시간 이른 퇴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2시간 단축근무제‘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숙박앱인 ’여기 어때‘의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도 월요일 오전 출근을 없애고 점심 시간을 늘린 것은 물론 주 35시간 근무제 또한 시행 중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이뿐만 아니라 헬스클럽 이용비용 지원과 전 직원에게 여가지원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다른 숙박앱인 ’야놀자‘는 자유 출·퇴근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팀 내 업무의 성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달리하고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은 직원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놀수‘도 운영 중이다. 또한 사옥 내 직원들의 심신 단련을 위해 ’리프레시 존‘을 마련해 직원들이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업무 도중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O2O ’직방‘은 퇴근시간에는 전등의 색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 야근하지 않는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요기요‘와 ’배달통‘의 운영사 ’알지피코리아‘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헬스키퍼‘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

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 붙은 복지 관련 포스터

대한상공회의소가 맥킨지와 공동으로 펴낸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 문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은 주 5일 중 평균 2.3일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국내 100개 회사(대기업 31사, 중견기업 69사) 직원 4만여 명 중 43%가 3일 이상 야근을 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야근이 오히려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 5일을 야근하는 직장인과 주 2.3일을 야근하는 직장인의 업무 생산성은 각각 45%와 57%로 습관적 야근은 업무 효율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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