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자원.에너지빅뱅...갈림길 선 한국]"구조조정·비리 이유로 광구 매각...놔뒀으면 자원부국 됐을 것"

<3> 성공률 15.7% -반복된 실패의 역사

濠 유연탄·美·캐나다 우라늄 광산 등 헐값 매각

하베스트 유전도 2020년 영업이익 달성 가능

성급한 여론·정치적 논란에 밀려 결정 말아야

한국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들이 페루의 마르코나 동 광산에 대한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나 광산은 광물공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지난 2017년 매각됐다./사진제공=광물자원공사




부실투자 논란이 일어나면서 일부 지분이 매각된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 전경.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외환위기가 덮친 20여년 전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은 현재와 같이 구조조정을 이유로 대대적인 해외자원개발 철수에 나섰다. 서둘러 팔다 보니 제값을 받지 못했고 헐값으로 매각된 이들 자산은 해외 각국에 팔려나가 글로벌 기업들의 차지가 됐다. 해외자원개발혁신태스크포스(TF)가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채를 이유로 해외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꼼꼼한 검토와 인내가 필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는 호주의 유연탄과 미국·캐나다의 우라늄광산이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전과 국내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벵갈라 컨소시엄은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해당 사업 지분 7.5%를 팔았다. 벵갈라 유연탄광은 지난해 기준으로 850만톤을 생산했다. 매각 이전 지분 7.5%를 감안한다면 연간 63만8,000톤의 유연탄을 국내로 들어왔거나 해외에 팔 수 있었다. 발전연료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유연탄 가격은 2015년 톤당 57.56달러에서 2016년 66.03달러, 2017년 88.30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라늄 자원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1999년 개발 단계로 진입했던 캐나다 시가레이크 우라늄광산의 지분 2%를 매각했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던 시가레이크 우라늄광산은 우리나라가 손을 뗀 후 15년 뒤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2016년 기준으로 7,947톤이 생산된다. 한국전력은 2000년 미국 크로뷰트 우라늄광 지분 10%도 매각했다. 한국석유개발공사도 1999년 이집트의 칼다 광구 지분 2%를 호주 노버스사에 800만달러에 매각했다. 투자액을 회수했다는 이유였지만 칼다 광구는 석유공사가 지분을 판 뒤 4억달러였던 광구의 가치가 42억달러까지 올랐다. 공기업이 발을 빼자 민간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LG상사는 IMF 위기 당시 칠레 로스펠럼브레스 광산을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에 투자금액의 2배를 받고 팔았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추가 투자까지 더해 연간 생산량만 75만톤에 달하는 동광으로 만들어놓았다.



박근혜 정권에서부터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부실 논란이 일면서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광구들은 또 매각 위기에 처했다. 이미 광물공사는 페루 마르코나 동광산을 매각했고 석유공사도 일부 하베스트 지분을 팔아 구조조정 자금으로 마련했다. 석유공사는 자원 공기업에 대한 부채 논란이 일자 ‘알짜배기’인 인도네시아 SES 광우의 자산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매각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급한 여론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하베스트 프로젝트다. 최근 들어서는 하베스트가 소유한 광구가 유전이 아닌 ‘우물’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는 상황. 하베스트는 재무 상태가 악화된 석유공사의 해외자산 매각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누적손실만 4조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오는 2020년 하베스트가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올해 초 해외자원개발혁신TF에 제출했다. 2014년 말 멈춰 세운 블랙골드 사업을 재개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블랙골드 사업은 하베스트가 보유하고 있는 오일샌드광구다. 공사는 유가 급락으로 중단했던 블랙골드를 다시 돌리면 2020년 매출액 7억200만캐나다달러에 영업이익 3,400만캐나다달러로 흑자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0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1달러까지 간다는 전제하에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입질도 오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하베스트 지분투자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샌드오일 개발 기업이 어려울 때 투자해 가격이 상승하면 채취한 석유에 대한 수송 등 처리 수요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실에 대한 지적을 수차례 받고서도 사업을 지속한 끝에 성공을 맛본 사업도 있다. 석유공사가 보유했던 영국 북해 캡틴 광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9년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1996년 인수한 캡틴 광구 투자가 막대한 손실을 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이 광구를 보유했고 2011년 10월에 투자비 대비 2억3,000만달러(약 2,600억원)의 수익을 남기고 팔았다. 가스공사의 호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사업(GLNG)도 지난 수년간 국정감사에서 대표적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지적됐지만 최근 정상 궤도에 올랐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했던 광구 중에서 비리로만 지목돼 헐값에 매각되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보유했다면 성공했던 사례들이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하는 방안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