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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투명하게 경영하라!

<73>'기게스 반지' 안통하는 사회

비밀 없을수록 조직 탄탄해지고

상하간 정보격차 작을수록 투명

정당하다면 공개못할 이유 없어

SNS시대 투명경영 필요성 커져

혼자 있을때 더 신중하게 처신을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리디아 지방에 기게스라는 양치기가 한 명 있었다. 어느 날 들판에서 양들에게 풀을 뜯어 먹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구멍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다. 그 속에서 놀라운 것을 하나 찾았다. 황금반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 반지는 신통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반지를 손에 끼고 한쪽으로 돌렸더니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반지를 반대편으로 돌렸더니 자신의 모습이 다시 드러나게 됐다는 사실을 기게스는 알게 된다. 신기한 반지를 가지게 된 양치기 기게스는 그 신기한 효험을 마을 사람들 앞에서 시험해본다.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기게스는 나쁜 마음을 먹는다. 결국 왕비와 내통해 왕을 죽이고 나라를 차지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국가’라는 대화편에서 글라우콘의 입을 통해 말하는 ‘기게스의 반지’ 우화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반지의 효험을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기게스뿐일까. 우리 인간은 남에게 들키지 않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한 일을 할까 아니면 플라톤이 상상한 것처럼 악한 일을 할까.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악한 일을 더 많이 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남에게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일들을 결국은 다 들키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도대체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요즘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시대에 말이다.

미국의 한 초일류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사회에서 중요한 사안을 다루고 나면 그 사실이 그다음 날 신문에 꼭 나가는 것이 아닌가. 사실 중요한 안건은 대개 회사의 명운과 관련돼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라 확정되기 전까지는 비밀이 유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사안들 말이다. 이사회 회장의 심기는 극도로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자 비상조치를 한다. 이사마다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그것도 모자라 미행을 한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마치 기게스의 반지를 낀 것처럼 행동하려고 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불법적 조치는 다 드러나고 말았다. 그 회장은 회사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정당한 목적을 잘못된 방식으로 추구하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사임하고 만다.



회장이 취할 수 있는 좀 더 나은 방식이 있지 않았을까. 이사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더라면 어땠을까. “여러분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듯이 우리 기업의 비밀이 수시로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대단히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라고 일차 경고를 한다. 그래도 계속되면 이런 일을 근절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중지를 모은다. 그러면 반드시 좋은 대안이 나올 것이다. 왜냐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방식이 나오면 그때는 몰래 비밀을 외부에 빼돌린다는 것이 엄청 힘들어질 것이다. 이사회 회장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자신이 마치 기게스의 반지를 낀 것처럼 행동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상사가 부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는 이렇게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스타일의 보스에 대해 “신처럼 행동하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현실에 기게스의 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서로 합의된 방식에 따라 모두가 모두에게 투명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 없으면 없을수록 그 조직은 더욱 건전하고 튼튼하게 된다. 나만 다 알고 남들은 다 모르는 것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일수록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떤 조직이 투명경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조직의 고위층이 알고 있는 정보와 하위층이 알고 있는 정보의 격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투명한 조직이다.

SNS 시대에 나는 남을 보고 남은 나를 보지 못하게 하는 기게스의 반지는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대신 투명경영의 필요성은 점차 증가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처신으로 ‘남이 없을 때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공자의 신독(愼獨)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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