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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회장 별세] 새와 숲을 사랑한 具회장...사람 중심 '人和의 LG' 만들다

■ 그는 누구인가

지주사 체제 도입 등 과감한 결단...냉철한 승부사

구본준·CEO와 확실한 업무분담 사업 효율성 높여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 전하는 '외유내강형 리더'

상록재단·의인상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 충실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1997년 서울올림픽 제1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봄 고(故) 구본무 LG(003550)그룹 회장은 손자와 함께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곤지암 화담숲을 찾았다. 4월께 뇌수술을 받은 터라 완전치 않은 몸이었지만 구 회장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한발 한발 내딛던 구 회장은 멈춰 서서 숲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를 목격했던 이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 매우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20년 넘게 LG그룹을 이끌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떨리는 결단을 내렸을 그의 마지막은 조용하고 소탈했다.

재계 4위의 그룹 총수였던 구 회장을 기억하는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마지막까지 오점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여러 기업과 총수들이 각종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구 회장 본인과 LG그룹만큼은 예외였다. ‘LG 반도체’를 잃었을 때도, GS그룹과 분리할 때도 뒤처리가 깔끔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시대의 LG는 인화(人和)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공사를 막론하고 ‘흐르는 물’ 같은 삶을 산 구 회장의 일대기는 ‘인화’로 요약된다. 지난 1945년 2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LG화학(051910) 입사 이후 무려 20년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사람 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인화의 정신’을 철저히 되새겼다. 단순히 사업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분쟁 없이 사람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는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조화 경영’은 구 회장이 경영에서 인화를 구현한 사례 중 하나다. 구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과 업무 분담을 확실히 하며 자율과 책임을 부여했다. 구 회장이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과 인사를 맡고 구 부회장은 사업 전반을 세밀하게 챙기면서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 아울러 구 회장은 그룹 전략회의·임원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계열사 CEO와 활발한 의견 교환을 했다. 각 계열사 CEO들이 자신감 넘치게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가 하면 날카로운 질문과 세세한 지시로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일찌감치 구 회장이 강조한 인화와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1997년 국내 최초의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을 설립했고 2010년에는 아호(雅號) 화담(和談·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을 따 5만평 규모의 곤지암 화담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수목의 체계적인 보전과 연구뿐 아니라 생태체험을 통한 교육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에는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고 강조하며 ‘LG 의인상’을 만들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때만 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는 구 회장의 소신은 유별나게 새와 숲을 좋아한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 회장은 집무실 창가에 대형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한강 위를 나는 새를 관찰하는가 하면 2000년에는 ‘한국의 새’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날아가는 모습만 보고 이름을 맞출 수 있는 새가 150마리가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휴일에는 화담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유유자적하는 모습과 달리 경영에서는 냉철한 승부사로 불렸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 CEO였다. 격의 없이 소통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굵직한 사안을 과감한 결단으로 맞섰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했고 LS와 GS그룹 분가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LG 웨이(WAY)’를 선포하며 그룹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 그룹계열사 CEO들을 관리하는 것도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관계자는 “덕담을 나누다가도 반드시 정곡을 꿰뚫는 질문 한두 개를 던졌다”면서 “CEO들을 부리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었지만 그의 말은 항상 묵직한 울림을 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LG가 사업에서든 사회공헌에서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데 구 회장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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