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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 관세폭탄의 역설...中 '새길'찾고 동맹들은 타격

中, 국책銀 전폭적 금융지원 힘입어

세르비아 등에 공장 설립 제재 피해

EU '세이프가드'로 맞대응 준비

멕시코, 철강·농산물에 보복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이 애초 타깃으로 삼은 중국에 별다른 타격을 가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과 당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인프라 투자정책을 기반으로 해외 현지진출을 통한 우회로를 확보해 미국의 포위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관세의 직격타를 맞은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은 반미 연합전선을 형성하며 보복 수위를 나날이 높이고 있어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중국보다 동맹국의 피해만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허베이와 칭산 등 중국계 철강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매입하거나 신설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수입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베이철강이 중국투자공사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 4,600만유로(약 593억원)에 매입한 ‘제레자라 스메데레보’ 공장이 대표적이다. 세르비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이 공장은 원자재 시장 침체로 수익이 악화해 3년 전만 해도 철강석을 구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사상 최대 생산기록을 갈아치우며 미국에까지 납품하고 있다. 칭산철강은 아예 미국법인 알러게니스틸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펜실베이니아 서부에서 의료용 스테인리스 제품을 만들고 있다. 원자재는 칭산철강이 중국개발은행의 융자를 받아 설립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입한다. 두 회사 제품 모두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철강 관세가 면제된다. 소니아 텔판티더우 유럽철강협회 통상정책연구원은 우회로를 통해 미국의 규제를 피하고 있는 중국 철강 공장을 “트로이 목마”로 비유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도 중국 철강 기업들에는 미국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철강 기업들이 정부의 사업 파트너로 동참해 동유럽·아시아·남미 국가들에 우후죽순 진출하고 나섰다. 중국의 투자를 받는 국가들이 철강 공장의 진출을 마다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중국계 기업들은 브라질·말레이시아·파키스탄·인도에 신규 공장 건설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공장에서 생산한 철강이 미국으로도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WSJ는 한때 중국이 불공정무역을 한다고 비난하던 미국·유럽계 기업들이 중국계 자본을 받자 오히려 제재를 철회해달라고 로비를 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마땅히 중국계 자본 진출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했다”던 동맹국들은 철강 관세의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아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철강·알루미늄 세이프가드와 관련한 예비조치를 이르면 오는 7월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으로 향하던 철강이 EU로 밀려 들어오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EU가 미국과 똑같은 수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멕시코 정부는 WTO 제소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목록을 공식 발표했다. 멕시코는 미국산 철강은 물론 돼지고기·치즈·사과 등 농산물에 대해 15~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팜벨트(농장지대)를 겨냥했다.

미국과 동맹국들 간 갈등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싸늘한 분위기만 연출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00일을 맞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 농가는 15년간 잘되고 있지 않다. 멕시코·캐나다·중국이 불공정하게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압박을 이어갔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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