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산업현장 뒤흔드는 親勞정책] '최저임금 핑계' 삼은 노조, 예년보다 임금 인상액 2배 챙겨

임금교섭 안끝난 9,920곳까지 포함땐 인상률 더 상승 가능성

공장 30% 멈추고 재고 넘치는데 임금까지 치솟아 기업 벼랑끝

"허리띠 졸라매야 할 판에..." 고용 축소·공장 해외이전 움직임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완성차 업체의 2차 벤더인 A기업(근로자 500인 이상)은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들의 임금을 16.4% 인상했다. 임금 조정은 끝난 게 아니었다.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직원들의 임금도 올렸다. 인상률은 6%로 예년보다 높다. A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상당히 크다 보니 그 이상의 임금을 받는 직원들도 대폭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쇄작용을 우려했다. A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윗단의 임금을 올리는 것 이외에 가장 힘든 지점이 노조의 높아진 눈높이”라면서 “많은 기업이 올해 임금 협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임금 상승 방아쇠가 된 최저임금=걱정은 현실이 됐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임금 협상을 마친 기업들의 결과에서 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 올해 4월까지 노사 교섭을 마친 714개 사업장의 협약임금 인상률은 5.6%에 달한다. 최근 3년간 3% 중반대였던 것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직 교섭이 끝나지 않은 9,920곳의 임금 협상이 완료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B업체 대표는 “친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우위의 현실 아니냐”면서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은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더 컸다. 임금 협상을 끝낸 곳의 임금상승률을 보면 100~300미만 사업장의 임금 총액은 5.9% 상승했고 300~500인 미만 사업장(4.9%), 500~1,000인 미만 사업장(7.0%)의 인상률도 상당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1,000인 이상 사업자는 4.4% 증가했다.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업체들은 애가 더 탄다. 6년 만에 흑자 전환한 대우조선해양은 기본급을 4.11% 올려달라는 노조와 씨름하고 있다. 사측은 올해 임금 10% 반납을 주장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여서 몇 년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데 노조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제시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대중공업도 노조에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과 성과급 ‘250%+α’ 등을 요구받았다. 반면 사측은 산업 여건을 고려해 기본급 동결과 임금 20% 반납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올해 기본급 5.3% 인상과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 지급을 요구했다. 실적이 20% 가까이 줄었는데 임금 인상과 별도로 노조 1인당 2,8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요구한 셈이다.

임금인상률, 2000년대 초반 육박…중소·중견기업 이중고=고용노동부가 임금 결정 현황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협약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2000년 7.6%였고 2001~2003년에도 6% 이상을 유지했다. 당시 임금을 끌어올렸던 요인은 시장이었다. 경기가 호황이었다. 외환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중국 특수로 끌어올렸고 수출 사정이 좋았다. 국내총생산(GDP)도 2000년에는 8.9%에 육박했다. 2002년에는 역대 최대 최저임금 인상률(16.8%)을 기록했지만 경기호황에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고용률이 60%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재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1년 80.5%를 기록한 뒤 계속 낮아져 지난 3월에는 70.3%까지 떨어졌다. 2009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두는 물량을 의미하는 출하 대비 재고비율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3월 재고율은 114.2%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9월(122.9%)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과 지금의 경기 상황은 극과 극”이라며 “경기 불황 업종들이 인건비 부담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조의 임금인상 압박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달 말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또 15%를 넘어설 경우 기업들은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C업체 대표는 “고용을 줄이거나 공장 이전 이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냐”고 토로했다./세종=강광우·이종혁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