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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생산·운영 주도권도 베이징기차가 갖나…현대차 중국 전략 빨간불

현대차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지난해 8월 베이징현대의 중국 1~4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또 9월에는 4공장이 멈춰 섰다. 현대차(005380)의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가 협력사에 부품 대금을 결제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절반씩 출자한 베이징현대는 협의체처럼 공동 운영되지만 재무 쪽 주도권은 베이징기차가 쥐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 사드 여파로 베이징현대의 판매가 전년 대비 45.5%나 급감해 손실이 커진 베이징기차가 나름의 방식으로 보복 했다는 해석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이후 현대차와 베이징기차는 별도 행사까지 열며 화합의 모습을 보였다. 갈등은 봉합된 듯했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봉합된 부분은 다시 터졌다. 이번에는 베이징기차가 노골적으로 현대차가 주도권을 쥔 제품 생산과 운영 부분까지 간섭에 나섰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루이나의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베이징기차의 요구로 생산 라인을 세웠다는 점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주요 차종에 대해 베이징기차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베이징현대가 베이징기차에 유리한 쪽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기차는 루이나의 생산 중단과 함께 수익성이 좋은 고급차 제네시스의 도입을 서두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한국에서 제네시스를 반조립 제품(CKD)로 만들어 중국 현지에서 조립·판매하기 위해 지난 3월 ‘중국제네시스 실행 TF’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제네시스가 현지 시험 판매 성적이 월 200여대로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어 아직 정확한 출시 시기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 라인을 개선해 출시한다 해도 수지 타산을 못 맞출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베이징기차의 요구로 출시를 앞당길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기차의 이러한 요구는 자체 생산한 소형차의 판매를 늘리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는게 중국 현지의 분위기다.





베이징기차는 높은 차량 가격도 문제 삼고 있다. 4월 본격 판매에 돌입한 소형 SUV 엔시노(코나) 판매량을 근거로 들며 출고 차량의 가격을 낮추라고까지 종용했다. 엔시노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특히 신경 쓰는 차종인 만큼 약점을 찌른 셈이다.

베이징기차가 사사건건 현대차에 대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배경에는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중국 시장이 중요해지고 다임러 등과 베이징벤츠 등 합작을 하면서 현대차에만 의존할 이유가 없어졌다. 실제로 베이징기차의 판매 비중 가운데 베이징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8%에서 지난해 상반기 48.3%까지 급락했다. 반면 베이징벤츠의 비중은 같은 기간 8.6%에서 33.9%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익 기여도 역시 베이징현대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고가차가 많은 베이징벤츠는 4배 이상 늘었다.

베이징기차의 이번 몽니가 뼈아픈 또 다른 이유는 현대차가 중국 사드 악몽에서 빠져나온 시기라는 점이다.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사드 여파로 2·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로 약 8,000억원의 손실을 봤고 올해 1·4분기에야 212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판매량도 겨우 회복세로 돌아섰다. 4월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7만7대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현대를 장악한 화교 라인이 본사와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점 역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권역별 자율경영 체제를 도입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자율성이 관리 부실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민규·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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