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남자 아이돌 A그룹 멤버들은 2015년 12월 소속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수개월의 연습 기간을 거쳐 이듬해 여름 데뷔했다. 많은 연습생처럼 ‘한류의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로 꿈에 그리던 무대에 올랐겠지만, 활동 기간 1년을 채우기도 전에 멤버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기획사가 직원을 자꾸 줄이다 보니 담당 매니저나 이동을 위한 차량, 보컬·댄스 레슨 등 아이돌 그룹에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던 각종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했지만 멤버들은 수익을 한 번도 정산받지 못했다.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이 “소속사가 각종 계약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계약은 해지됐다”고 제기한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최희준 부장판사)는 소속사에 대한 멤버들의 호소를 인정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기획사는 연예 활동에 필요한 헤어, 메이크업 등의 비용을 멤버들 자비로 해결할 것을 요구했으며 보톡스나 필러 등 미용 시술도 ‘자기 관리’라고 부르며 자비로 받게끔 했다. 그룹 연습실을 에어로빅 교실에 대여하고, 멤버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비밀번호를 바꿔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심지어 기획사 측에서는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는 식의 말을 하며 멤버들이 숙소에서 먹을 음식과 생필품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 한 직원이 식대 지원을 주장하자 강제로 퇴사시키기까지 했다.
일본, 대만 등지에서 벌인 해외활동에서는 매니저나 직원이 동행하지 않아 멤버들이 직접 호객행위를 해야 했다. 안전요원도 지원되지 않아 멤버들은 현지 행사에서 빈번한 성추행에 노출되기도 했다.
멤버들을 향한 기획사 대표의 폭언과 협박도 잦았다. 대표는 “말을 듣지 않으면 업계에서 매장시키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멤버 개개인을 향해 “밉상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 “뒤통수 칠 상이다” 등 모욕적인 말을 한 적도 있고, 멤버를 교체하겠다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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