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두환의 집과사람] '게임의 룰' 흔드는 정부

정치논리로 정책 뒤집기 일쑤

불공평한 '룰'에 갈등 되풀이





러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축구에서 새로 도입한 비디오판독(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논란이다. 심판의 정확성을 위해 도입됐지만 적용 여부가 심판의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오히려 불공정 시비를 낳고 있어서다.

난데없이 비디오판독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판교신도시 10년공공임대 주택 논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공급 무렵 민간의 임대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10년 공공임대 주택을 둘러싼 입주자들과 건설사간 갈등의 핵심은 ‘분양전환가격’ 산정이다. 입주자들은 분양전환가격이 너무 비싸니 이를 내려달라는 것이고, 공급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건설사들은 “이제와서 가격을 낮춰달라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을 놓고 갈등의 당사자는 물론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까지 나서면서 논란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10년전 합의 끝난 분양전환가격

반발 커지자 법 바꾸며 ‘룰’ 훼손

하루아침에 세금폭탄 떨어지기도

정책이 ‘우발적 변수’ 돼선 안돼



그런데 기자는 이같은 논란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 표면적으로 주변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입주자들의 분양전환가격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담이 늘었다는 이유로 이제와서 분양산정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단순하게 보면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은 이미 10년전 공급 당시 계약 사항에 명확하게 규정된 내용이다. 이미 당사자간에 이뤄진 합의 사항인 셈이다. 판교신도시 주택 공급 당시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10년 공공임대 물량이 순위 내에서 미달된 것 역시 수요자들이 분양가격 전환방식이 부담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주변 집값이 그동안 많이 올라 입주자 부담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 산정기준을 바꿔 분양전환가격을 낮춰줄 경우 이는 또 다른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다.



물론 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이었다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높은 분양전환가격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이지 그 자체로 입주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도 아니다.

게임에는 룰이 있다. 규칙이 흔들리면 게임 참여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결국 판을 망치게 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정치권이 법률 개정안까지 내놓으며 룰을 훼손하려는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입주자들의 반발에 못이겨 보완책을 검토중이라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주택정책에 관한한 게임의 룰에 대한 신뢰는 유독 낮다. 규칙이 바뀔 때마다 시장은 요동치고 참여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는게 다반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의 정당성 논란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구체적인 초과이익 산정을 놓고 정부와 주민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라는 모호하고 우회적인 방식의 분양가 규제 탓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업체들의 편법 분양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 시장이 게임의 규칙을 신뢰하지 않게 된 원인 제공자는 정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책 뒤집기를 반복하다 보니 시장은 룰을 믿지 않는다. 조변석개하는 규칙 탓에 멀쩡하던 집에 갑자기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가 하면 고이 아껴 둔 주택청약 통장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규칙이 불공평하고 일관되지 않다고 여겨지는 순간 시장은 정부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 순간 정책은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시장을 왜곡하는 ‘우발적 변수’로 추락하게 된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