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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소득공제 혜택?...공모 코스닥벤처펀드 '걱정되네'

투자금 대비 공모주 태부족...稅혜택 요건 충족 불가능

300만원 수준 소득공제 기대했던 투자자들 '낭패' 우려

"금융위 '15%' 에 얽매이지 말고 유연한 정책을" 지적





‘공모주 우선 배정’과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코스닥벤처 공모펀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펀드에 몰린 투자금 대비 공모주가 턱없이 부족해 세제 혜택 요건을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가 세제 혜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구성에 채워야 하는 벤처기업 신주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만원 수준의 세제 혜택을 기대하고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펀드로 지난 4월5일 처음 설정됐다.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투자 과실을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의지와 소득공제라는 실질적 세금 혜택에 인기를 끌며 출시 열흘 만에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공모·사모를 합쳐 설정액은 3조원에 육박한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운용사는 설정 후 6개월 내로 펀드 포트폴리오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포함한 벤처기업 신주에 15%를 투자해야 한다. 3조원이라는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을 감안하면 4,500억원 수준은 신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된 후 지금까지 상장되거나 상장 예정인 벤처는 8개 기업으로 공모 규모는 약 2,374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우선 배정혜택을 받을 수 있는 30%를 계산해 보면 코스닥벤처펀드가 가져올 수 있는 신주는 712억원 수준에 그친다. 세제 혜택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공모주 대비 실제 펀드에 담는 규모는 15%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사모펀드는 이런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주에 포함된 BW나 CB를 무한정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신주 공모 규모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공모펀드다. 공모펀드의 경우 편입되는 채권 등은 최소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벤처기업들 채권이 대부분 무등급이라는 점에서 담을 수 있는 비율이 제한되거나 아예 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신규 기업공개(IPO) 공모주를 담을 수밖에 없지만 공모주 자체가 부족해 세제 혜택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지난 4월5일 서울 마포구 IBK창공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행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서울경제DB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공모펀드의 이 같은 불리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대 10% 공모주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에 등록된 무등급 메자닌(CB·BW)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자산운용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국내 QIB 채권시장은 99% 코리안페이퍼(KP)만 거래되고, 지금까지 발행된 메자닌은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편입하기에 적합한 CB나 BW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채워야 할 물량이 3개월 안에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이 6개월 유예를 두기는 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벤처기업 신주를 사실상 15% 이상을 채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처음 코스닥벤처펀드를 기획했을 때는 투자금이 이 정도로 몰릴 줄 몰랐던 것”이라며 “금융위가 대책이라고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이 할 수 있는 대안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분모(펀드 설정액)가 커지면 분자(IPO)도 같이 커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정부 당국이 ‘15%’ ‘6개월’에 얽매이지 말고 좀 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금융투자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과 2016년 상장된 벤처기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올해 공모펀드들이 신주 15%를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남은 반년 동안은 지난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재작년과 비교해서는 세 배 이상 규모의 벤처기업 IPO가 이뤄져야만 한다. 2017년과 2016년 상장된 벤처기업은 41개와 29개이다. 공모 규모로는 각각 1조6,000억원과 9,300억원이다. 6개월로 보면 약 8,000억원, 2016년에는 4,650억원 규모다. 아직 채워야 하는 신주가 3,788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올해는 약 1조2,626억원 규모의 공모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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