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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칼럼]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논설실장
적폐청산·기업 편가르기 등
지지세력 의식한 정책 난무
안보·경제 대전환시기 맞아
국론 한데 못모으면 공멸 뿐

[오철수칼럼]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한 인디언 아이가 부족 원로에게 물었다. “사람들은 왜 싸워요.” 원로가 대답했다. “그건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두 마리의 늑대가 서로 싸우기 때문이란다.” “우리 속에도 있나요.” “그럼 모두의 마음속에 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하얀 늑대이고 다른 한 마리는 회색 늑대야. 하얀 늑대는 사랑·평화·희망·겸손·믿음으로 충만해 있단다. 회색 늑대는 분노·두려움·씁쓸함·탐욕·오만으로 가득 차 있지.” “그럼 어느 늑대가 이겨요.”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는 법이란다.”

^이는 아메리카 체로키 인디언 부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우화다. 인간의 내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는데 우리가 어느 쪽에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특정 성격이 확대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이 우화를 접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 이 이야기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1년여 동안 우리 사회는 편 가르기가 일상화돼 있다. 그러잖아도 좌우 이념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편 가르기까지 가세하면서 국론분열은 더 심해지고 있다. 주목해볼 부분은 편 가르기의 중심에 적폐청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적폐청산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바로잡는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 건설적인 사회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적폐청산이 국가 시스템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국론분열 등 부작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조사까지 받았던 사안이다. 자원개발의 잘못 들추기는 정권이 두 번 바뀐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자원 확보사업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과거 정권에 부역한 공무원을 솎아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는 지난 정권의 고위직 인사는 물론이고 상관의 지시를 받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 하위직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이를 보노라면 정부가 공무원 집단을 친정부세력과 적폐세력으로 구분해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 사정은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편 가르기는 공무원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규모에 따라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 현재 10대 그룹 가운데 검찰과 경찰·국세청·공정위·금감원 등 사정·감독기관의 수사나 조사에서 자유로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이어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규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마치 ‘대기업은 악(惡), 중소기업은 선(善)’이라는 잣대를 설정해놓고 있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적폐청산 트라우마에 시달리느라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고 있다. 대기업을 온통 범죄인 취급하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이야기해봤자 오해만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 정책들이 대부분 공염불에 그치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공평과세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운 종합부동산세제의 강화는 국민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정부가 구실로 내세운 공평과세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모든 국민이 얼마가 됐든 세금을 납부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가서 부자들에게 증세하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43.6%에 달하는 774만명이 단 한 푼의 근로소득세도 내지 않는 상태에서 부자들만 상대로 손쉬운 증세를 한다면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도 힘들고 가진 자와 없는 자 간에 틈만 벌릴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제정치 측면에서 한반도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문제가 잘 풀리면 평화의 길로 들어서겠지만 잘못되면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는 모든 산업의 지형도가 한꺼번에 변하는 시기다. 우리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때에 지지세력만 내 편이고 나머지는 적으로 돌리는 식의 국정운영은 곤란하다. 정부는 지금 가는 이 길이 통합의 길인지 아니면 분열의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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