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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 5% 육박] '4%미만 금리' 차주 72%→59%로 줄어...가계빚 질 급속 악화

최종구 "가계빚 잡혀간다" 했지만

주담대 막자 신용대출 100조 훌쩍

변동금리에 다중채무자들 많아

금리 상승기 이자상환 부담 커져

풍선효과 카드론은 벌써 부실 비상





“큰 진전은 아니지만 방향은 어느 정도 잘 잡았습니다.”

지난 1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1년간 펼쳐온 가계부채 대책을 이같이 자평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8.1%를 기록하며 2016년 11.6% 등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따로 살펴보면 오히려 증가세가 커지고 있어 정부가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자동차나 철강·반도체·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가계수입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에 가장 먼저 부실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금융기관(대부업체 제외)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4분기 9.5%, 4·4분기 10.8%, 올해 1·4분기 11.8%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5월 10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1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신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풍선효과로 신용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아이러니하게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신용대출은 주담대보다 금리가 대략 1%포인트 높다. 이에 더해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연 4% 미만으로 신용대출을 빌리는 차주의 비중도 낮아지고 있어 부채의 질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3월 72.4%에서 지난달 59.4%로 떨어졌으며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6.9%포인트 하락한 61.9%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평균 6%가 넘는 신용대출 상품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여야 3%대로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대출은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데다 변동금리로 빌리는 비중이 높아 올 하반기부터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올 하반기부터 한국의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경우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세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더구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해 5월 61%에서 올해 5월 77.8%로 증가해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도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 신용대출의 특성상 향후 시장 금리 상승 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신용대출 차주 가운데 다른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주)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3월 말 기준 신용대출 차주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은 34%로 주담대 차주(29%)나 전세자금대출(25%)에 비해 높았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30대나 40대의 비중도 61%로 주담대(55%)에 비해 높아 신용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을 담보로 잡아야 하는 주담대의 경우 절차가 복잡한데다 금액도 커 신중하게 빌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면 신용대출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하게 빌리고 있어 그 위험성이 쉽게 인지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주로 쓰고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카드론의 경우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 불안을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헌(왼쪽)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취임 후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를 갖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원장은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은행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여신금융협회가 금감원에 제출한 금융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4분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더한 카드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4.2%포인트 증가한 3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히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등 7개 전 업계 카드사들의 1·4분기 카드론 이용액은 총 10조6,4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9,975억원)보다 18.3% 증가했다. 이 중 국민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의 카드론 규모는 9%에서 최대 33%까지 급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대출이 여전히 오르고 있어 가계대출 문제를 더욱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차주의 신용도는 물론 소득이나 자산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부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대출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빌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소득 감소에 따라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내수 경기가 악화되면 소득 감소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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