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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비극으로 본 정치자금의 덫] 非현역 모금은 원천봉쇄…정자법 안 고치면 '제2 노회찬' 나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자금법]

현역-원외 정치후원금 역차별

魯도 원외시절 강연료에 '발목'

美 처럼 규제 풀고 투명성 높여야

[돈없는 정치인 파고든 브로커]

정치브로커 온라인으로 영역 넓혀

팬카페 만든후 지지모임 형태로 접근

"후원금 줬으니 대가" 본색 드러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정치자금의 세계가 어떠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원내대표가 결국 교묘하게 포장된 ‘정치자금의 덫’에 걸려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현행 법과 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제2의 노회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각교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실상은 어떠하고 해법은 뭘까.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은 연간 최대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원까지 가능하다. 법인·단체의 정치자금법 기부행위는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고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게 후원할 수 있는 한도도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여기에 1억4,000만원가량의 세비로 의원활동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자금으로는 지역 사무실 기본 운영비도 빠듯하다는 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의원들이 불법의 유혹에 넘어가고 정치 브로커들이 기웃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전직 보좌관은 “정치를 하려면 활동비, 상근자 급여, 사무실 비용 등이 필요한데 이 금액은 매달 최소 500만원에서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20대 국회에서 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수사·재판 중인 사안만 10건에 달한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매일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원외인사 간 차별이 심하다는 점이다. 현역의원이 아니면 아예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어 만성적인 정치자금난에 시달려야 하고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노 원내대표도 강연료 등의 명목으로 드루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시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지난 2016년 3월이었다.

청년 정치 대표주자인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은 24일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제도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깨끗한 정치 풍토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쪼개기’ 후원이 성행하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돈을 모으는 볼썽사나운 행태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출마 예정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출판기념회를 열어 선거자금을 모으는 방편으로 활용했다.

최병천 전 국회보좌관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학벌과 인맥이 좋은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자금의 약한 고리를 정치 브로커 등 검은손이 파고든다. 이에 대해 한 정치 팟캐스트 운영자는 “명성은 높지만 조직과 자금이 약한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아 온라인 팬카페를 만들거나 자발적인 지지모임 형태로 접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팬으로 가장해 후원금을 기부하고서는 노골적인 협박을 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드루킹은 지난해 5월 자신의 트위터에 “심상정·김종대,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정치자금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사례처럼 정치자금 유입과 사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고 대신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행 정치자금법은 투명성만 강조하다 보니 불합리한 면이 많다”며 “현역과 비현역·정치신인이 차별 없이 후원금을 모을 수 있도록 공정성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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