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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 투자·고용 캄캄한 절벽인데...'靑 기업관' 이대로 괜찮나

'구걸 논란' 속 김동연·JY 회동

삼성, 결국 투자계획 발표 미뤄

文대통령도 친기업 행보 불구

참모들 이념에 갇혀 혼란만 키워

이철균 경제부장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평택=권욱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만남은 숱한 해석만 남긴 채 ‘이벤트’ 없이 끝났다. 기재부 등 6개 부처 고위관계자들과 삼성 고위임원들을 망라한 자리치곤 발표 내용이나 오간 얘기 역시 밋밋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를 비롯해 평택공장, 5G, 외국인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화답하는 수준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우리 경제의 대표주자로서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동반성장을 확산시키는 데 다른 기업을 앞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물론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와 국내 최고 기업 대표가 오전10시5분부터 오후1시까지 오찬을 겸해 만났던 만큼 공개하지 않은 얘기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성장전략’을 공유할 이야기들이 오갔기를 바랄 뿐이다. 글로벌 경쟁기업들은 삼성전자의 행보 하나하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작은 투자계획도 치밀하게 분석해 삼성의 미래전략을 읽으려 한다. 투자할 미래 먹거리, 규모, 지역이 모두 극비이고 늦게 알수록 대응도 더뎌지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삼성의 투자규모는 국내 기업에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준거가 된다고 한다. 여타 그룹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삼성의 계획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래서 이날 발표할 삼성의 투자규모와 투자업종에 대한 관심이 컸다. 단순하게 ‘100조원 투자’가 핵심은 아니었다.

이유야 어떻든 재를 뿌린 것은 청와대였다.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삼성의 100조원 투자 발표설’이 나돌자 지난 3일 청와대발로 ‘정부가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날 밤 김 부총리는 손수 유감 표명 입장을 담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투자 구걸’ 논란은 확산됐지만 청와대는 사흘이 지난 이날에야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과 관련해 청와대와 의견조율이 있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구걸하지 말라’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반(反)기업적이지 않다”며 열성을 다해 알리고 확인시켜왔지만 ‘투자 구걸’ 논란으로 무위가 됐다. 기업들은 “대기업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대기업을 이념의 틀에서 그저 청산의 대상·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삼성의 투자계획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당부한 데 따른 화답이었다. 이 때문에 ‘투자 구걸’ 논란을 두고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이나 기업투자 독려 행보까지 못마땅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심지어 일부 진보진영 인사들이 규제 완화나 친(親)대기업 행보를 두고 “실패한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휴가에서 복귀한 후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역시 규제혁신과 친기업 발언 기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혁신친화적 경제환경 조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귀에는 이제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과 참모의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계획했던 투자마저 접는다. 투자는 곧 일자리와 직결된다. 설비투자지수는 3∼6월 계속 하락했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떨어졌던 2000년 9~12월과 유사하다. 당시 4개월간(2000년 11월~2001년 2월) 사라진 일자리만도 110만개나 됐다. 고용절벽을 해결할 의지가 진정 이 정부에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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