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과 산업화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인의 머리 크기와 생김새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930년대에 태어난 한국인보다 1970년대에 태어난 한국인의 두개강 부피와 머리뼈의 높이, 너비 등 전반적인 머리 크기가 40년 동안 6%가량 커졌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1930년대와 1970년대에 각각 태어난 한국인 115명의 머리를 촬영한 뒤 3차원으로 재구성해 연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1945년 광복을 기준으로 전후 약 40년간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1930년대 출생자 58명(남 32명·여 26명)과 1970년대 출생자 57명(남 28명·여 29명)의 머리 크기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과 산업화 등 역사적으로 큰 사건들이 산재해 있어 사회·경제적 변화가 머리 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안정을 찾은 1970년대에 태어난 한국인의 머리뼈 안쪽, 즉 두개강의 부피는 1930년대 출생한 사람에 비해 평균 약 90㎖ 컸다. 남성의 경우 1930년대 출생자의 두개강 부피는 1,502㎖였으나 1970년대 출생자는 1,594㎖로 약 6%, 같은 시기 여성의 경우 1,336㎖에서 1,425㎖로 약 6.7% 커졌다. 두개골의 형태에서 남자는 머리뼈의 높이, 너비, 길이가 모두 커졌다. 여자도 머리뼈의 너비가 확대되고 높아졌다.
서구에서도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1~2세기에 걸쳐 머리뼈의 형태학적 변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광복을 전후로 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치·경제적으로 억압받았던 일제강점기와 달리 해방 이후 산업화와 경제 성장으로 일정 수준의 영양공급이 이뤄지는 등 사회적으로 크게 변화했기 때문으로 예측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영양 부족이 심각해 성장발달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1970년대 들어서 사회적·경제적으로 다소 안정을 찾으며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같은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지리적, 환경적 원인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변화에 따라 머리 크기와 생김새가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1970년대는 사회가 안정되고 경제성장을 시작하면서 적정한 영양이 공급돼 한국인의 신체적 변화도 함께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인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자연인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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