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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긴 이별에…"이 시간 붙들어 맸으면"

■두 차례 이산상봉 마무리

"다시 만날 날 있겠지" 되물으며

금강산 상봉장 곳곳 눈물 범벅

한적 "이르면 10월말 추가상봉"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버스에 먼저 오른 북측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남측 가족의 손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잡아보기 위해 팔을 뻗고 있다. /금강산=권욱기자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

전쟁통에 죽은 줄 만 알았던 언니와 형의 생존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땐 가슴이 터질 것 만 같았다. 행여 다른 사람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난 24일 올라간 금강산. 상봉장에서 마주한 남북의 형제자매들은 돌아가신 부모님보다 더 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68년 전 헤어지던 그 시절 어린애로 돌아가 손을 잡고 얼싸 안았다. 꿈 같았던 2박 3일은 화살처럼 사라졌고, 26일 금강산은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 앞에 눈물 범벅이 됐다. 이에 대한적십자사(한적)는 “이르면 10월 말께 추가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에서 작별상봉이 시작됐다. 남측 가족들은 작별 상봉 시작 30분 전부터 나와 북측 가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양측 이산가족들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남측 동생 박유희(83) 씨가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라며 울기 시작하자 북측 언니 영희(85) 씨는 “통일이 되면…”하고 동생 유희씨를 다독였다. 그러나 유희씨는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다. 북측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측 동생 정영기(84)씨 남매는 만나자마자 같이 눈물을 흘렸다. 선기씨는 “내가 미안하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들을 지켜보던 북측의 남성 보장성원(지원인력)마저 눈가가 벌게졌다. 유복자로 태어나 난생 처음 아버지 조덕용(88) 씨를 만난 남측 조정기(67) 씨는 “개별상봉 때 아버지가 (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모든 말을 다 해주셨다”며 “당시 (북쪽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에 납득이 됐다”고 전했다. 남측 심인자(76)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며 “잘 사나 정도의 안부라도 묻는 게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북측의 외삼촌 윤병석(91)씨를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20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긴 했지만 만남은 너무 짧았고, 앞으로 소식조차 물을 수 없는 이별이기에 이산가족들은 또 다른 한을 갖게 됐다. 아직 단 한 번도 상봉 기회를 잡지 못한 고령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더 애달파졌다. 이에 박경서 한적 회장은 지난 25일 북측과 연내 추가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르면 10월 말께 추가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박용일 북측 단장과 (이번) 21차 행사와 같은 방식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올해 안에 한 번 더 하기로 협의했다”며 “구체적인 날짜 등은 국장급 실무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박용일 단장과 생사확인과 정례상봉, 화상상봉, 고향방문, 성묘 등 이산가족 문제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다만 북측 박 단장은 우리 측과 협의 과정에서 고향방문단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협의할 일’이라는 수준의 원론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산=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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