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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혁명 시대 '인간 친화적' 과학기술 필요"

'IT 연구하는 인문학자'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인터뷰
경제·투기 관점서 科技 추종 땐
1·2차 세계대전 참상 반복될 뿐
아이폰에 HCI 접목한 잡스처럼
인문학적 지식·사고 무장하고
'사람에 스며드는 도구' 개발을

  • 장선화 기자
  • 2018-08-30 17:27:37
  • 피플

이종관, 성균관대, 첨단기술, HCI, 하이데거, 현상학, 철학, 인문학

'4차혁명 시대 '인간 친화적' 과학기술 필요'

“과학기술을 경제적 혹은 투기적 관점에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유럽은 과학기술 부흥기를 열었지만 과학기술이 대량살상무기로 돌변했던 1·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어야만 했지요. 인간·사회 친화적인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을 위해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종관(사진)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자들의 담론 해석에 그치지 않고 첨단기술의 인간 친화성과 지속 성장 가능성을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다. 특히 그는 정보기술(IT) 관련 분야에 집중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유망하게 꼽히는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영화 ‘아바타’ 돌풍으로 성공이 점쳐진 3차원(3D) TV에 대해 그는 일찌감치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3D TV 개발 기업에 강연하러 갔을 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자 분위기가 냉담했다”면서 “당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임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지만 현상학적으로 보면 성공은 어려웠다. 국내 기업들은 결국 2017년 생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철학 중 현상학(phenomenology)을 체계화한 에드문트 후설의 시각공간 학설을 근거로 분석한 것이다. 양쪽 눈의 시차 조작만으로 구현된 입체성을 인간의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구글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뒤엎을 신제품이라며 조명받을 때도 실패를 예견했다. 이 교수는 “구글 글라스 개발팀은 인간의 눈을 카메라 렌즈와 같이 본 것이 패착이었다. 인간의 눈은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수용체가 아니라 스스로 공간을 인지하고 세상을 구현해낸다. 인간의 손길이 닿기 전까지는 유리알에 불과한 렌즈와는 차원이 다른 실존적 주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개발팀 측이 인간의 몸과 인지 과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거나 효율 지향적 도구와 인간을 동격으로 이해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의 연구를 정리해 지난해 10월 ‘포스트휴먼이 온다(사월의책 펴냄)’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인간과 도구의 관계에 대한 실존적 분석을 근거로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인간의 몸과 친화력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이폰의 성공을 예로 들면서 “유비쿼터스컴퓨팅(UC)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아이폰의 신화에는 스티브 잡스가 HCI(Human Computer Interface) 개념을 접목한 것이 주효했다. 마크 와이저가 정립한 HCI 개념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근거로 한다”면서 “도구가 인간에게 스며들지 않고 독단적으로 존재할 때 몸이 거부한다는 것을 잡스는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지학 속에 잠자고 있는 철학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그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발전을 부정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인간의 몸에 기술을 주입하고자 연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 기술이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투자되고 있고, 학계에서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인간의 욕망이 갈구한다면 기술은 도구로 바뀌어 인간 사회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게 되기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발전의 속도가 가팔라지겠지만,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켜 효율만 중시하는 제품을 개발해서는 세계적인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술개발과 인간의 마음과 몸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병행할 때 파급력이 큰 기술과 이를 구현해 내는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공 가능성이 밝은 기술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AI의 설계 부문”이라며 “알파고 충격 이후 국내에서는 AI를 구현하는 기술로 딥러닝에 집중하지만 관련 기술은 다양하다. 인간을 위해 생각을 조금 달리했던(think different) 잡스처럼 기존의 기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내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구호에 그치는 ‘혁신’ 대신 생각을 달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인간 친화적 기술 개발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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