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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어윤중과 그의 시대]구한말 경제엘리트는 묻고싶다...한국은 富國의 길로 가고 있냐고

■김태웅 지음, 아카넷 펴냄
1877년 전라도 암행어사 지낸 어윤중
농민참상 원인으로 조세수탈 지목
환곡제 폐지 등 재정개혁안 내놓고
근대 통상체제·민생안정에 역량 쏟아
'혼돈 한국경제' 어윤중 리더십 배울때

  • 문성진 기자
  • 2018-09-07 17:15:02
  • 문화
[책꽂이-어윤중과 그의 시대]구한말 경제엘리트는 묻고싶다...한국은 富國의 길로 가고 있냐고
갑신정변 즈음의 민영익(앞줄 왼쪽 네번째) 일행.

1896년 2월 정변(아관파천) 직후 지방 도피 중 원한에 찬 무리에 의해 살해된 어윤중 탁지부대신(현재의 기획재정부 장관)은 논란의 인물이다. 안중근은 옥중 자서전을 통해 그를 제 잇속 챙기기에 혈안인 탐관오리의 전형으로 지탄한 반면, 황현은 ‘매천야록’에 “어윤중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여 어떤 어려움도 피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어윤중과 그의 시대’를 쓴 역사학자 김태웅(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은 어윤중을 조선의 경제 근대화를 설계한 재정개혁가로 규정한다. “시대를 앞서 간 엘리트 개혁관료였으며, 한 평생 민생의 안정과 주권의 확보, 영토 보전에 힘을 기울였다”는 것이 어윤중에 대한 이 책의 인물평이다.

1868년 20세에 과거에 급제해 관료의 길에 들어선 어윤중은 국내 지방 각지와 일본·중국을 종횡무진하며 민생안정이라는 화두에 일관되게 관심을 쏟은 한국 근대사에 보기 드문 엘리트 경제관료였다.

29세의 어윤중은 1877년 전라우도암행어사 때 전라도 농민의 참상이 조세수탈에 있음을 간파하고 제기한다. 이 때 제기한 지세제도 개혁, 환곡제도 폐지, 잡세 혁파 등의 재정개혁안은 경험과 지식일 충분치 않은 청년 관료가 내놓은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혁신적이었다.

4년 뒤인 1881년 일본 국정시찰단의 일원으로 나가사키·오사카·교토 등을 둘러본 어윤중은 이 때도 재정·경제 부문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내친김에 그는 톈진으로 건너가 청나라의 개혁과 정관응을 만나 그의 부국강병 이론과 경제개혁이론을 접했다. 어윤중은 일본시찰 결과를 메모한 ‘수문록’을 통해 “국가의 적극적 역할에 근간한 근대적 부국강병형 통상체제”를 조선이 나가야 할 길로 제시한다. 다만 부국강병의 길로 가되, 그 길이 수입보다 지출이 많고 국내외 거액의 부채를 안고 지폐의 남발로 이어진다면, 인민의 생활이 곤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잊지 않았다.

1883년 35세의 어윤중은 서북경략사로 나간다. 이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이 해 3월 청측과 중강(中江)무역장정을 맺은데 이어 6월에는 회령통상장정을 체결하는 등 북방무역에서 조선의 이익을 키웠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어윤중은 백두산정계비를 기준으로 간도 일대를 조사해 이 일대가 조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청측에 공동조사와 국경 획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어윤중이 고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중국에 자문으로 진달하되, 한 번의 자문으로 되지 않으면 두 번째 자문을 보내고, 두 번의 자문으로 되지 않으면 세 번째 자문을 보내는 식으로, 열 번의 자문을 보내서라도 얻기를 기필하여야 합니다.”

불혹이 넘어선 46세의 어윤중은 1894년 탁지부대신에 올라 조세 법정주의에 입각해 조세제도를 바꾸고 잡세를 혁파하는 등 재정·경제부문의 대개혁을 단행한다. 이에 힘입어 조세수탈에 등골이 휜 농민층의 부담은 줄었다. 성품이 강직한 어윤중은 권력자의 청탁에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어윤중은 오랫동안 재정을 맡고 있으면서 고종이 혹 사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때는 즉시 그 청을 거절”했다는 것이 ‘고종실록’ ‘승정원일기’ ‘종정연표’ 등의 사료를 토대로 쓴 이 책의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구한말은 시대도 사람도 혼곤했다. 48세의 나이에 비명횡사한 엘리트 경제관료 어윤중의 삶을 지금 이 시점에서 명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일대 격전 속에 놓여 있고 경제 정책의 향방이 혼돈의 와중에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어윤중가 남긴 자취에서 우린 스스로 던질 물음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후퇴하고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부국(富國)의 길로 가고 있는가? 한국을 억누르는 미국과 중국의 위세 앞에 우리는 열 번, 스물 번의 교섭을 통해서라도 기어이 우리의 이익을 달성할 결연한 의지와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 1만5,000원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책꽂이-어윤중과 그의 시대]구한말 경제엘리트는 묻고싶다...한국은 富國의 길로 가고 있냐고
박영효(왼쪽부터) 서광범 서재필 김옥균.

[책꽂이-어윤중과 그의 시대]구한말 경제엘리트는 묻고싶다...한국은 富國의 길로 가고 있냐고
1895년에 찍은 어윤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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