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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한국만 고용대란인가?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에 매달린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심각한 ‘고용대란’에 직면해 있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올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31만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 수가 올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5,000명, 8월에는 3,000명대로 2개월 연속 급속히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이다.

한참 자녀를 교육할 나이이자 경제활동의 허리인 40대와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은 더 참담하다. 40대 취업자는 1년 새 14만7,000명이나 줄었고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에 시달리던 1998년 8월 이후 20년 만에 최악이다. 체감 청년실업률도 23.2%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일 정도로 심각하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완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로 2월 실업보험 청구자가 1969년 이후 4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 2년간 제조업에서만 26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은 완전 고용 상태이거나 이를 넘어섰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도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내리는 적극적인 친(親)기업정책으로 실업률이 2%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기업들이 일손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호소할 정도다. 유럽의 고용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영국은 8월2일 일자리가 완전 고용 수준으로 회복되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연 0.75%)으로 금리를 올렸다.



세계 주요국의 친기업정책이 완전 고용의 원동력이 됐지만 한국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될 정도로 반시장·반기업 정책을 펼쳐왔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은 노동 시장에 맡기거나 노사 협의를 거쳐 점진적·차별적으로 추진할 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정부 주도로 일률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고용대란의 화근이 됐다. 반시장적인 정부정책이 시장의 혼란과 경제 주체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를 꺾어 고용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자리정책에 54조원을 투입했지만 고용은 악화일로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4조원의 재정을 보강하고 내년 일자리예산을 역대 최대로 편성하는 등 나랏돈을 풀어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용대란은 임시방편적 재정정책과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로 기업의 기를 살리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 보호에 충실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최선의 일자리정책이다.

한국은 조선·기계·해운 등 전통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지만 수십 년 동안 신성장동력의 발굴은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기업을 배제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프레임으로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꺾어서는 안 된다. 슘페터 모형(Schumpeterian Model)에서와 같이 기업가정신·기업을 중심축으로 ‘성장’을 논해야 한다. 즉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혁신’이 핵심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정부는 기업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기업가정신을 일깨우는 방법으로 ‘혁신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한편 경제 성장 과정에서 근로자·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고 성장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는 ‘공정경제’를 구축해 ‘양극화’를 줄이는 일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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