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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베르사체의 몰락

1997년 7월15일. 미국 마이애미의 초호화저택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가 자신의 집에서 앤드루 커내넌의 총에 맞아 50세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것이다. 범인은 동성애자이자 연쇄살인범으로 경찰에 쫓기다 8일 만에 자살해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의 돌연한 사망 직후 베르사체그룹이 마피아의 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풍문이 나돌았고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베르사체를 창업한 잔니 베르사체는 재봉사인 어머니와 가정용품 세일즈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뛰어난 패션 감각을 발휘했다. 그는 예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역사주의 의상을 기반으로 당시로서는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자 괴물인 메두사의 금빛 머리를 로고로 삼은 것도 역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는 일이다. 1990년대 세계를 풍미했던 슈퍼모델의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나 영국의 무명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헐리에게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혀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잘 나가던 베르사체그룹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창업주의 사망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출은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고 적자의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구조조정과 점포폐쇄로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2014년에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주식 20%를 매각하는 수모를 당했다. 몇해 전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가 비용감축과 고급화 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경질사태까지 일어났다. 여기에는 창업주가 생전에 아끼던 여동생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본격적인 경영을 맡으면서 옛 명성의 빛이 바래 기업 매각을 타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베르사체가 미국의 패션업체 마이클코어스에 18억3,000만유로(약 2조4,000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마이클코어스는 회사 이름을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영감을 얻어 ‘카프리홀딩스’로 바꾸고 루이뷔통·구찌 등과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올해는 베르사체 창업주가 타개한 지 21년이 되는 해다. 화려한 명성을 자랑했던 베르사체가 새 주인을 맞아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부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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