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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학교육委'에 학계 배제…답 안나오는 이공계 인재양성

■본지, 명단 입수·분석

20명중 관련분야 전문가 4명뿐

시행령엔 학계 참여토록 했지만

학계는 "설명·추천 문의 없었다"

기하·과학Ⅱ 갈등에 배제 지적도

교육부 "학회 너무 많아" 변명만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학교 현장의 과학·수학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신설한 ‘과학·수학·정보교육융합위원회’에 정작 과학·수학계 전문가들은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양질의 과학·수학계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부터 학계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된 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기하·과학Ⅱ 배제 문제 등을 두고 학계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정부가 또다시 교육융합위 구성에서도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교육융합위 위원 명단에 따르면 전체 20명으로 구성된 위원 중 과학과 수학 학계 전문가는 각각 2명씩 총 4명이 전부다. 그나마 이 가운데 2명은 교대 교수로 과학·수학계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나머지 2명도 교육학 전공자인데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거나 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하는 등 정부와 가까운 관계의 인사들로 꾸려졌다. 나머지는 정부와 정부 산하기관, 중고교 교사 등으로 구성됐다.

교육융합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기존 과학교육진흥법을 개정한 ‘과학·수학·정보교육진흥법’에 근거해 설치된 심의위다. 정부는 미래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 교육뿐 아니라 수학·정보 등 폭넓은 핵심 교과 진흥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10월 법을 전면 개정하고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지난달 신설된 교육융합위는 해당 분야 인재 육성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과학·수학 교육이 실행되도록 기본계획·종합계획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한 학계의 참여는 사실상 막혀버렸다는 지적이다. 시행령은 ‘학계 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했지만 정작 과학·수학계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과학기술과 수학에 관련되는 교육 계획을 심의하는 위원회인데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며 “교육 전문가들이 보는 과학·수학 교육의 문제와 전공자들이 보는 문제는 다르다. 인재 양성 과정에서부터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교육부가 교육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모르겠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양성하는 사람들은 교육자가 아니라는 것이냐”고도 했다. 이향숙 대한수학회장도 “보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계의 추천을 받는데 교육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는 수능에서 기하를 제외하는 등의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교육부가 과학·수학계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행정 편의적인 위원회 구성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초중등 교육 문제인 만큼 관련 교육학 전문가를 섭외한 것이고 학계를 배제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과학·수학 교육계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반응이다. 대표적 과학교육학회인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의 권치순 회장은 “(교육융합위 위원의 경우) 학회에서 별로 접한 적이 없는 분들이다. 과학교육학계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오남 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 또한 “학계를 대표할 만한 분들은 아닌 것 같다”며 “위원 구성 과정이 궁금하다”고 반응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령상 반드시 학계와 협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학회가 너무 많아 학계의 추천을 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학계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좀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부위원 선임 과정에서도 과학계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마저 배제하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7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가교육회의 참석 대상에 과기정통부 장관은 빠져 있고 교육융합위에도 관여를 안 하고 있지 않느냐”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른 나라들은 수학·과학 교육을 더 강화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를 배제하려 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진동영·신다은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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