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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發 금리쇼크 요동친 금융시장]'나홀로 호황' 美에 돈 유입 빨라져 韓, 더 짙어진 위기 그림자

美 PMI·고용 등 지표 호조에

"금리 3%선 넘을수도" 깜짝발언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부추겨

韓경기 악화 맞물려 투심 급랭

주식·채권·환율 '트리플 약세'

신흥국 자금유출 가속화할수도

4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현황판에 코스피지수가 35.08포인트(1.52%) 하락한 2,274.49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피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 외국인 투자가 매도 등의 여파로 지난달 13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2,300 선이 붕괴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원70전 오른 달러당 1,129원90전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 국채 수익률이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진 배경은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이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지표 호조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 바탕을 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깜짝 매파 발언이 국채 금리 급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미국발 영향에 국내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되면서 주식·채권·환율이 모두 출렁였다. 이른바 트리플 약세다.





파월 의장은 3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미국 경기를 ‘현저하게 긍정적인 경제 여건들의 집합’으로 표현하며 “이 주기가 상당 시간, 사실상 무기한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장기적으로 금리가 적정선으로 평가받는 중립금리인 3% 선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깜짝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금리는 중립적인 지점까지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립을 지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금리가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주요 인사들은 연거푸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강연에서도 지난 2·4분기 성장률 4%를 넘어선 미국 경제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와 톰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도 이날 언론 인터뷰와 경제전망 콘퍼런스에서 미 경제 펀더멘털이 매우 견조한 상태라며 파월 의장의 견해를 뒷받침했다.



긍정적인 경제지표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날 발표된 9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1.6으로 2008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ADP 고용보고서에서도 9월 민간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23만명 늘어났는데 이는 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연구원은 “ISM 제조와 서비스 부문에서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부담이 됐던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가 진정된 점도 미 국채 수익률 인상에 기여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를 내년 2.4%로 고수하는 대신 오는 2020년과 2021년은 각각 2.1%, 1.8%로 수정하며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는 리스크 투자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보적인 경기 호조는 자금흐름의 편중을 초래하며 시장 혼란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흥국 자금유출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금융협회(IIF)가 이달 공표한 예측을 인용해 신흥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지난해 4,160억달러에서 올해 3,10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에 속도가 붙으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한층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 국채 금리 급등에 시장에서는 달러화가치가 치솟고 아시아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미 달러 인덱스는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0.27% 상승한 95.762에 장을 마감하며 6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달러가치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도 자카르타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가 장중 1.7%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가치도 일제히 하락했다. 루피아화가치는 달러 대비 0.6%가량 하락했으며 역외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도 달러 대비 0.27% 올라 6.9066위안에 거래되며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발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국인이 5,0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코스피가 1.5% 넘게 빠졌고 코스닥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원70전이나 올라 8월16일(1,130원10전) 이후 가장 높았다. 채권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4·4분기 국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장·단기물 모두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연말 계절적 특징에 더해 미국의 단기 금리 상승폭 확대는 신흥국 시장 내에서 달러 유동성을 더욱 부족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올 들어 나타난 신흥국 시장 불안의 핵심 배경이 달러 조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장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영·서지혜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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